[미래정치칼럼⑤] 창원성산 대첩, 여영국과 황교안이 맞붙었다 | 21대 총선의 전초전, 초조한 쪽은 누구인가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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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양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미래정치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원문보러가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4409&CMPT_CD=SEARCH

‘4.3 성산대첩’이라는 세간의 평처럼 하루 앞으로 다가온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열기가 뜨겁다. 6명의 후보를 배출한 각 당 대표와 의원, 중앙당직자까지 총동원 되는 게 마치 21대 총선의 전초전을 방불케 한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를 계승한다는 것으로 보자면 정의당은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치러지는 첫선거로서 보수텃밭 PK 탈환이라는 상징성으로 보자면 한국당은 반문연대의 전초기지를 확보하는 셈이니 물러설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국지전이 전면전의 승패를 능가하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성산대첩은 보궐선거 치고는 흥행 대박 중이다.

작지만 큰 싸움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 입구에서 같은 당 4·3 보궐선거 창원성산 강기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호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 대표, 강 후보, 윤영석 의원. ⓒ 연합뉴스
▲  여영국 정의당 후보를 비롯한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이 31일 창원 거리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조혜지

판세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한국당 강기윤 후보의 초접전 양상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공표도 금지된 깜깜이 선거운동 기간인 데다가 사전투표율 14.71%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후보단일화에 성공한 여영국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정의당-민주당 후보 단일화 효과는 반대로 바닥에서부터 보수표 결집이라는 반작용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높은 사전투표율은 되레 중장년과 고령층 보수 표심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 아니냐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크고 작은 어떤 경기에서든 초조함은 패인으로 귀결될 때가 많다. 초조함은 상황 인식의 객관성을 떨어뜨리고, 예상치 못한 실수를 유인하기도 하며, 과잉대응으로 되려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옛 이야기로 보자면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패전이 그랬다. 손권-유비 연합군과 비교해 10배가 넘는 군사를 가지고 있었으나 조조는 초조했다. 군영에 퍼진 풍토병으로 병사들이 쓰러지고 있었고, 장기 체류로 인해 고립될 가능성, 그리고 적벽의 승리는 천하통일로 가는 결정적 관문이라는 욕심을 쉬 놓기는 어려웠다.

결국 조바심에 쫓기던 조조는 주유의 거짓 항복에 속아 화공전(火攻戰)에 패하고 말았다. 조조는 이 패전으로 인해 중원 천하통일의 목전에서 위·촉·오 ‘천하삼분지계’로 나눠지는 결과를 맛봐야 했다.

초조함의 징후들

먼저 지난 3월 30일 황교안 대표가 선거운동을 위해 경남FC 축구경기장인 창원축구센터에 들어가 한 ‘불법선거운동 논란’이 초조함의 첫 번째 증거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구프로축구연맹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 따라 ‘경기장 내 정치적 의사표현 금지’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장 내에서 정당명·후보·기호·번호 등을 노출한 의상, 손팻말, 어깨띠, 손짓 등을 금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경남FC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강기윤 후보 일행은 입장을 막는 관계자들에게 “처음 들어보는 소리” 또는 “다른 후보는 되는데 왜 우리는 안되냐?” 등 항의를 하면서 장내로 진입했다고 한다.

선거운동 기간을 3일 남긴 시점에서 수천 명이 운집하는 축구장만큼 ‘대목’이 또 있을까 싶지만, 눈살 찌뿌리는 행위로 인한 뿔난 경남 축구팬과 시민들로부터 ‘민폐’ ‘갑질’ ‘몰상식’ 등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남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결론(행정조치)을 내렸다고 하니 설상가상이다. 황교안 대표가 팬들을 향해 치켜세운 V자가 승리는커녕 경남FC의 벌금 2000만 원 중징계로 돌아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렇듯 초조함은 과잉대응을 부추킨다.

▲  지난 3월 30일 오후 K리그 경남FC와 대구FC 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후보가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 자유한국당

두 번째 초조함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거들고 나섰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일 강기윤 후보의 지원유세 과정에서 “돈 받고 스스로 목숨 끊은 분 정신을 이어받아 다시 정의당 후보가 창원 시민을 대표해서야 되겠느냐”라며 고 노회찬 의원을 직격했다. 이어서 ‘노회찬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랑할 것은 못 된다’며 여영국 후보의 선거운동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마디로 사자(死者)의 명예를 선거판에 불러내어 사익과 공격에 동원한 셈이다. 과연 합당하다 할만할까? 옛 일에 빗대어 경쟁자의 주군을 정신적으로 부관참시한 것에 다름 아니라면 지나친 비유일까?

정치는 실리를 넘어 명분의 전장터다. 고인을 욕보이는 것으로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아군의 기세를 올릴 수도 있지만, 역풍의 역습도 염두에 둬야 한다. 조선 연산군은 한명회를 비롯해 이미 세상을 떠난 수많은 정적들을 무덤에서 불러내 멸시와 모욕을 줬다. 하지만 폭정의 결과는 연산군 자신의 폐위로 귀결됐다.

그나마 합리적 보수라 일컬어지던 오 전 시장의 발언은 단순한 ‘실수’라고 하기에는 후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48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한 정의당에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할 이유’를 되레 각인시켜준 셈이니, 과연 오 전 시장은 전당대회에서 맞붙은 황교안 대표의 적수인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창원성산 선거판에는 한국당의 선수는 없고 감독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형국이다. 보궐선거가 마치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맞붙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강기윤 후보의 이름은 여론조사에서나 언급될 뿐, 특별한 이슈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를 만나거나 선거유세를 할 때에도 강 후보는 황교안 대표의 수행비서처럼 행세하는 것처럼 비친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3월 21일부터 창원에 아예 원룸을 얻어 숙식한다고 하니 자신의 선거운동을 톡톡히 치르려는 심산인 듯도 하다.

국지전 격인, 기껏 2곳의 보궐선거를 ‘문재인 정권 심판선거’로 확전하고 싶은 심사는 이해할 수 있다. 당연히 이긴다면야 작은 전투로 큰 전쟁의 승기를 잡는 몇 배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패한다면 대선으로 가는 장기 레이스 초초반에 오버 페이스를 한 부작용을 톡톡히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0%대로 차오르는 한국당 지지율에 강력한 보조엔진을 달고 싶은 전략적 포석일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으로 갈라진 ‘반문연대’는 성립되지 못했으나, 그보다 강력한 ‘반황연대’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니 누구에게 득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창원성산 보궐선거의 정치적 의미

▲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31일 창원광장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에게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 조혜지

4.3 보궐선거 특히 창원성산 선거가 ‘대첩’이라 불리는 것은 정당 대표들이 원룸을 차릴 정도로 집중해서이기도 하겠거니와, 보다 특별한 정치구도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만약 고 노회찬 의원의 가치와 정신을 잇는 민주진보 단일화를 이룩한 후보가 당선된다면 향후 3가지 측면에서 정치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PK(부산경남)에서 복원·확산되고 있는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세의 혈을 누름으로써 막말·왜곡·보이콧으로 표상되는 출혈 정치의 지혈점을 찾는 기능을 할 것이다. 또한 고 노회찬 의원의 공석으로 붕괴됐던 ‘평화와 정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복원해 집권여당에 대한 견제와 협력의 정치균형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답보상태에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비롯한 각종 개혁입법의 실효적 진전에 있어 상당한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길목을 지키는 일당백의 정치란 바로 성산대첩의 결과를 빗대 이르는 것일 수 있겠다.

‘정치꾼은 다음번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의 일을 생각한다.’ 영국의 철학자 S.클라크의 말이다. 4월 3일, 봄 꽃 만개한 창원성산에서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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