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 체감실업률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IMF 이후 소득불평등 지수는 OECD 최하위 수준으로 가장 심각한 상태다.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50여만 명의 젊은이들로 노량진은 불야성이다. 취업과 학업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지목된 20대 조울증은 최근 5년간 가장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옥고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청년예술가의 에피소드를 담은 연극이 공감을 얻어 인기다. 2017년 KT대학생그룹의 취업준비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기소개서 중 가장 불필요한 항목으로 81%가 부모학력을 꼽았다.
한국당 의원들과 엮인 KT채용비리 의혹
청년들의 삶은 이러한데 역설적으로 뉴스를 장식하는 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채용비리 사건이다. 특히 공기업 기반으로 성장한 KT를 매개로 한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의 채용비리 의혹은 고구마 넝쿨처럼 끝이 없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김성태 의원은 KT자회사에 딸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친박 실세라 불리우는 홍문종 의원 보좌진 출신 4인이 KT에 근무했거나 근무하는 사실, 정갑윤 의원의 아들은 KT 대외협력실 국회담당으로 근무했고,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장관이던 시절, 아들은 KT 법무실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KT새노조에 의해 밝혀졌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상식적이진 않다. 오죽했으면 ‘KT한국당’이라는 댓글이 공감을 얻을까? (관련기사 : 청년단체들 “김성태 딸 지원서는 비둘기가 물어다 줬나”)
어디 이 뿐인가? 공평무사해야할 공공기관 고용세습도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3개 정부 공공기관에서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친인척을 채용한 사례가 345명으로 밝혀졌다. 또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대상이 고위직 임원들의 친인척에 몰려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공기업 강원랜드의 부정청탁과 점수조작 채용비리가 발생했었고, 탈락했던 225명에 대한 구제 특별채용 과정에서 25명이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또 다시 채워지는 낯 뜨거운 일이 진행되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KT도 노조의 몫으로 10%의 청탁할당제가 관례적으로 배정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부모의 빽이 자녀 출세의 보증수표가 되어가는 세태를 두고, ‘현대판 음서제도’ 라는 비판이 나 올만도 하다. 소위 ‘출신성분에 따른 관직 특혜제도’였던 음서제는 고려의 건국으로부터 시작되어 조선말까지 1천여 년을 이어져 왔으니 그 뿌리가 깊다 하겠다. 개국공신 후손들의 충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작된 음서는 결국 매관매직과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음서를 통해 고위관직을 차지한 무능하고 부패한 특권층이 국정운영과 지방관직을 잠식해 갔으니 나라살림이 온전할 리 만무했다.
결국 고려는 기득권 카르텔이었던 친원파 권문세족이 멸하고, 음서보다는 과거제를 기반으로 한 신진사대부에 의해 나라가 교체되었다. 허나 상대적으로 공정한 경쟁체제였던 과거제도 또한 조선판 채용비리인 부패한 음서제에 잠식당했으니 그 끝은 우리가 역사에서 목격한 대로다. 이 음울한 역사가 왕조시대도 아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으니 통탄하기만 하다.
촛불광장에서 만들어진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평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것이 ‘부모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야!’라고 당당히 말하던 정유라 사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는 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의 덕을 무조건 탓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비리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부모의 이력이 취업프리패스가 되고,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권력자들의 직업소개소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현대판 음서제, 채용비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은 물론이거니와 뜻풀이 그대로 그늘을 먹고 자란 독버섯이 되어 결국 국가공동체라는 거목을 쓰러트리는 암적 존재가 될 것이다. 조선 7대왕 세조의 책사로써 재상까지 오른 한명회도 음서제의 덕을 본 인물이다. 하지만 충신을 잡아죽이고,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죽은 후에 후대에 이르러 부관참시가 되었던 역사의 교훈을 채용비리 당사자들은 두렵게 새겨야 한다.
‘권력형 채용비리 가중처벌법’ 필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채용비리를 뿌리까지 뽑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청년세대의 분노가 최고 권력자를 향할 것이고, 빽으로 출세한 무능한 이들이 나라를 망칠 것이며, 정의로운 나라의 공정한 경쟁시스템은 무너질 것이다. 무엇보다 권력형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엄중해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는 일, 현재 계류 중인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전모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일, 그리고 ‘권력형 채용비리 가중처벌법’을 제정하여 엄벌백계가 신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역사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지금은 왕조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다. 음울한 음서제는 역사교과서에나 묻어 둘 일이다. 헬조선과 스카이캐슬만으로도 충분한 시대다. 희망과 안정은 못 줄망정 더 이상 청년세대의 분노게이지를 높이지는 말자.
*오태양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미래정치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원문보러가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2695&CMPT_CD=SEARCH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 체감실업률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IMF 이후 소득불평등 지수는 OECD 최하위 수준으로 가장 심각한 상태다.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50여만 명의 젊은이들로 노량진은 불야성이다. 취업과 학업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지목된 20대 조울증은 최근 5년간 가장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옥고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청년예술가의 에피소드를 담은 연극이 공감을 얻어 인기다. 2017년 KT대학생그룹의 취업준비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기소개서 중 가장 불필요한 항목으로 81%가 부모학력을 꼽았다.
한국당 의원들과 엮인 KT채용비리 의혹
청년들의 삶은 이러한데 역설적으로 뉴스를 장식하는 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채용비리 사건이다. 특히 공기업 기반으로 성장한 KT를 매개로 한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의 채용비리 의혹은 고구마 넝쿨처럼 끝이 없다. 원내대표를 지냈던 김성태 의원은 KT자회사에 딸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친박 실세라 불리우는 홍문종 의원 보좌진 출신 4인이 KT에 근무했거나 근무하는 사실, 정갑윤 의원의 아들은 KT 대외협력실 국회담당으로 근무했고,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장관이던 시절, 아들은 KT 법무실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KT새노조에 의해 밝혀졌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상식적이진 않다. 오죽했으면 ‘KT한국당’이라는 댓글이 공감을 얻을까? (관련기사 : 청년단체들 “김성태 딸 지원서는 비둘기가 물어다 줬나”)
어디 이 뿐인가? 공평무사해야할 공공기관 고용세습도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3개 정부 공공기관에서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친인척을 채용한 사례가 345명으로 밝혀졌다. 또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대상이 고위직 임원들의 친인척에 몰려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공기업 강원랜드의 부정청탁과 점수조작 채용비리가 발생했었고, 탈락했던 225명에 대한 구제 특별채용 과정에서 25명이 임직원의 친인척으로 또 다시 채워지는 낯 뜨거운 일이 진행되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KT도 노조의 몫으로 10%의 청탁할당제가 관례적으로 배정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부모의 빽이 자녀 출세의 보증수표가 되어가는 세태를 두고, ‘현대판 음서제도’ 라는 비판이 나 올만도 하다. 소위 ‘출신성분에 따른 관직 특혜제도’였던 음서제는 고려의 건국으로부터 시작되어 조선말까지 1천여 년을 이어져 왔으니 그 뿌리가 깊다 하겠다. 개국공신 후손들의 충성을 담보하기 위해 시작된 음서는 결국 매관매직과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음서를 통해 고위관직을 차지한 무능하고 부패한 특권층이 국정운영과 지방관직을 잠식해 갔으니 나라살림이 온전할 리 만무했다.
결국 고려는 기득권 카르텔이었던 친원파 권문세족이 멸하고, 음서보다는 과거제를 기반으로 한 신진사대부에 의해 나라가 교체되었다. 허나 상대적으로 공정한 경쟁체제였던 과거제도 또한 조선판 채용비리인 부패한 음서제에 잠식당했으니 그 끝은 우리가 역사에서 목격한 대로다. 이 음울한 역사가 왕조시대도 아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으니 통탄하기만 하다.
촛불광장에서 만들어진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평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것이 ‘부모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야!’라고 당당히 말하던 정유라 사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는 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의 덕을 무조건 탓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비리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부모의 이력이 취업프리패스가 되고,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권력자들의 직업소개소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현대판 음서제, 채용비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은 물론이거니와 뜻풀이 그대로 그늘을 먹고 자란 독버섯이 되어 결국 국가공동체라는 거목을 쓰러트리는 암적 존재가 될 것이다. 조선 7대왕 세조의 책사로써 재상까지 오른 한명회도 음서제의 덕을 본 인물이다. 하지만 충신을 잡아죽이고,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죽은 후에 후대에 이르러 부관참시가 되었던 역사의 교훈을 채용비리 당사자들은 두렵게 새겨야 한다.
‘권력형 채용비리 가중처벌법’ 필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채용비리를 뿌리까지 뽑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청년세대의 분노가 최고 권력자를 향할 것이고, 빽으로 출세한 무능한 이들이 나라를 망칠 것이며, 정의로운 나라의 공정한 경쟁시스템은 무너질 것이다. 무엇보다 권력형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엄중해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는 일, 현재 계류 중인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전모를 국민에게 보고하는 일, 그리고 ‘권력형 채용비리 가중처벌법’을 제정하여 엄벌백계가 신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역사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지금은 왕조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다. 음울한 음서제는 역사교과서에나 묻어 둘 일이다. 헬조선과 스카이캐슬만으로도 충분한 시대다. 희망과 안정은 못 줄망정 더 이상 청년세대의 분노게이지를 높이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