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정치칼럼②] '뚜껑 열린' 민주당... 나경원은 '심리전'에서 이겼다 | 대통령 비판으로 지지자 결집 이끌어... 여당에 필요한 건 '선거제 개혁과 개혁 3법' 완성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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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양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함께 ‘미래정치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원문보러가기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19232&CMPT_CD=SEARCH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뒷줄 가운데)가 국회의장석으로 나가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나경원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문은 누가 썼을까? 그의 연설문을 접한 후, 특정할 순 없지만 본인이 썼을리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설문은 경제, 노동 등 당내 전문자들을 총동원해 문안을 짰다고 한다. 이후 여의도연구원에서 초안을 작성하고, 여러 차례 회의와 퇴고를 거쳐 완성한 글이라고 한다.

정치인은 글과 말과 몸짓(행동)으로 총성없는 전투를 치룬다. 생방송으로 본 그것은 잘 짜여진 각본에 완벽한 연기에 가까웠다. 발끈한 홍영표 원내대표의 거센 항의에도 그녀는 너무 여유로웠다. 퇴장하면서 보인 승리의 미소와 치켜든 주먹은 ‘심리전의 정석’에 적확하다.

장수의 심리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자고로 심리전은 ‘누가 먼저 뚜껑이 열리는가?(비이성)’ 혹은 ‘누가 헛발질을 하는가?(실책)’ 그리고 ‘누가 내부에서 분열되는가?(이간질)’의 싸움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의 최고 우두머리를 ‘욕’ 보이는 것일진데,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수석대변인’은 날 벼른 회심의 일격이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고성이 오갔고, 수장이 이성을 잃고 국회의장에게 뛰쳐나갔고, 긴급의총이 소집되었으며, 국가원수모독죄가 성토되었고, 윤리위 징계 절차가 착수되었다. 마치 공성전에서 성문을 열고, 적진을 향해 ‘돌격 앞으로!’를 명령한 것과 같은데, 전투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 과거를 들출 수밖에 없겠다.

항우와 유방의 대격돌이 한창이던 때, 성고성을 두고 공성전이 벌어졌다. 항우는 심복 조고에게 각별히 일러 ‘유방이 아무리 도발해도 절대로 함부로 나가서 싸우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다. 유방의 공격은 맹렬했으나, 성고성은 견고했다. 이에 유방은 성 아래 대(臺)를 설치하고, 병사들을 시켜 매일같이 모욕과 비방을 하게 했다.

조고는 이틀을 참더니, 결국 3일을 견디지 못해 군사를 이끌고 성문을 박차고 나왔으나 결국 참패했다. 성고성 전투는 유방과 항우 전세의 전환점이 되었다. 절대강자였던 항우는 스스로 자결하고, 촌뜨기 유방은 한나라를 세웠다.

‘장수의 심리가 전투의 양상을 바꾸고, 작은 전투의 결과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심리전의 옛이야기 중 하나다.

자유한국당의 노림수는 무엇이었을까?

손자병법에 ‘부대는 사기를, 장수는 심리를 빼앗으라'(三軍可變氣 將軍可變心)는 심리전 가이드가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르자면,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설문을 통해 일단 아군격인 ‘태극기부대’에는 탄핵 출전의 명분을 타전했고, ‘이해찬 대표’로부터는 30년 전 자신이 직접 폐지한 ‘국가원수모독죄’라는 헛발질을 유도했다(군사독재 정권이 민주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만든 죄목임).

그리고 여야 4당 연합군 중 ‘바른미래당’에게만 공개 러브콜을 보내 분열의 씨앗을 심는 ‘3중 전략’의 효과를 보고 있다. 이것을 ‘온전히 기획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는 효과의 기미가 보이니 자유한국당은 ‘짭짤하다’고 자축하고 있을 수도 있다.

사실 나 원내대표는 지난주부터 일찍이 ‘의원총사퇴’를 거론하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보수민심에 배수진 가이드를 쳤다. 그리고 모든 국민이 보는 생방송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악’으로 규정하고 모욕했다. 연설 시간 대부분을 근거 나열로 채웠다. ‘자유시민은 궐기를 준비하라’고 단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한 격이다.

미국이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북한 등을 응징 또는 제재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의회 연설에서 적대국을 ‘악의 축’으로, 적국지도자를 ‘악마(사탄)’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넌 마녀야!’라고 이데올로기(이념적) 프레임을 확실히 씌워야 성난 민심에 불을 지피가 쉬운 법이다. 예측컨데 여야 4당 간 진행 중인 선거제 패스트트랙 합의안이 도출되는 시점이 반격의 때가 될 것이다.

한국당은 보너스도 챙겼다. 민주당은 즉시 ‘나경원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했고, 곧이어 한국당은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를 맞제소 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리위가 난장판이 됐다. 해결은 난망하다. 결국 5.18폄훼 발언으로 윤리위에 제소되어 있는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3인방 건도 물타기 되어 흐릿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식물 윤리위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 뿔난 청년·청소년 “여야5당 합의문 잊었나” 선거개혁 청년·청소년 행동이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제 개편에 관한 여야5당 원내대표 합의사항을 상기시키기 위해 여야5당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만18세 선거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지금 필요한 건 선거제 개혁과 개혁 3법 완성

누가 성을 지키는 자인가? 누가 국민을 보호할 자인가? 대통령이자 집권여당이다. 견고한 성안에 있다고, 조금 더 많은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경거망동하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다. 더군다나 30%대 지지율로 기세가 오르는 한국당 주력전선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선거제-개혁입법’ 연합전선도 지켜야 하며, 출구 없는 민생현안으로 고통받는 후방의 국민 고통도 해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공성전에서 싸움을 분산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무능한 장수는 없다. 한마디로 지금은 상대의 심리전에 ‘발끈’할 때가 아니라, 조용하고 나지막히 신발끈 고쳐 매고 ‘선거제 개혁과 개혁 3법’을 온전히 패스트트랙에 태워야 한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 했다. ‘촛불의 민심을 따르는 개혁과제’와 ‘촛불의 권력을 만들어낸 국민주권’만을 바라보고,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를 고대한다. 개혁의 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닐진데, 소잃고 외양간 고칠까 두려운 마음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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