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양 대표 작성
아침 숨가뿐 출근길에 접하는 모바일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착잡하다. 최근 매일같이 올라오는 채용비리 사건들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 특혜 채용을 필두로 해 홍문종, 정갑윤, 황교안 대표의 자녀까지도 KT에 근무한 경력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채용이 이루어진 시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고,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이 당시 법무장관이나 집권여당의 실세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의 정경유착 게이트로 불릴만 하다. ‘KT한국당 채용비리 의혹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의미심장하다.
어찌보면 KT 채용비리 의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올해 1분기에만 공공기관 친인척 채용비리가 182건에 달했다는 정부조사가 발표됐다. 현재 위헌소송에 계류 중인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임원진의 친인척이 연루됐다.
어디 이 뿐인가. 금융권의 경우 채용비리 의혹에서 비껴간 은행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 과정에서 출신 대학을 등급화해 차별적 배점기준을 책정하거나, 여성 지원자의 경우 배점을 고의로 낮추는 방식의 선별 채용이 적용되기도 했다. 채용비리는 단순히 사측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노조에게 할당된 청탁할당제가 작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하니 정말 점입가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채용비리와 고용세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부모의 직업이나 이력이 자녀나 친인척들의 입신양명의 보증수표가 되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채용비리는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자조 섞인 비난이 나올 법 하다. 음서제도는 고려를 건국한 개국공신들에게 전쟁의 공과와 벼슬의 신분에 따라 그 자녀들에게 과거시험을 통하지 않고도 관직을 수여하던 제도였다.
처음에는 공신과 그 후손들의 충성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도입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직을 사고 팔고, 권세가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편법적 수단으로 변질되어 갔다. 음서제도의 영향력은 막강해 통제받지 않는 권문세족의 실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과거제를 통해 부상한 신진사대부에 의한 역성혁명을 불러와 조선의 건국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선인들 음서제에서 자유로웠을까.
어떤 이들은 고려-조선 천년을 이어온 음서제도처럼, 채용비리는 뿌리가 깊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권력의 속성에 기인하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한다. 더 나아가 그것이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항변한다. 만약 그렇다면 부정한 방식에 의해 성장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나라살림을 탕진하여 망국의 길로 끝을 본다는 역사의 법칙을 인정한다는 것일까. 더군다나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시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는 ‘기회의 균등과 과정의 공평’이다. 기회도, 과정도,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채용비리는 국가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렴치하고 심각한 범죄행위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청년들 앞에 놓인 현실은 헬조선이다. 청년실업률이 최고점을 찍고, 청년빈곤율의 상승속도는 5G급이며, 출산률은 가파르게 추락하고, 청년세대의 임금소득격차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해마다 50여만명의 공무원 시험생들이 노량진에서 밤을 지새우며 삶의 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취업스트레스로 인한 20대 조울증은 전 연령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 꿈과 희망의 사다리는 끊어진지 오래다. 견고한 울타리는 청년들을 사회 밖 시민으로 내몰고 있다.
2017년에 KT그룹의 대학생 조사단이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자기소개서에서 없애야할 우선 항목으로 81%가 ‘부모학력’을 꼽았다. 부모의 직업이 취업을 위한 프리패스가 되어서는 안되고, 정치권력과 유착된 기업이 부정한 직업소개소로 전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는 채용비리 근절에 정부가, 국회가, 사법부가 즉각적인 대응과 해법을 내 놓을 때이다. 무엇보다 성역없는 수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야 정쟁으로 잠자고 있는 채용비리 국정조사가 신속히 개시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KT와 공공기관의 새로운 채용비리 의혹도 포함되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근본적인 재발방지를 위해서 일단 ‘권력형 채용비리 가중 처벌법’을 재정하여 엄벌백계로 해결해 가야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또한 역사는 교훈을 남긴다. ‘현대판 음서제도’는 민주공화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박물관에, 역사교과서에나 있어야할 과거의 망령을 자꾸 불러내는 이들에게 관용은 불가하다.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인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신속히 시작하자.
출처 : 아시아타임즈(http://www.asiatime.co.kr)
오태양 대표 작성
아침 숨가뿐 출근길에 접하는 모바일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착잡하다. 최근 매일같이 올라오는 채용비리 사건들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 특혜 채용을 필두로 해 홍문종, 정갑윤, 황교안 대표의 자녀까지도 KT에 근무한 경력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채용이 이루어진 시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고,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이 당시 법무장관이나 집권여당의 실세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의 정경유착 게이트로 불릴만 하다. ‘KT한국당 채용비리 의혹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의미심장하다.
어찌보면 KT 채용비리 의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올해 1분기에만 공공기관 친인척 채용비리가 182건에 달했다는 정부조사가 발표됐다. 현재 위헌소송에 계류 중인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임원진의 친인척이 연루됐다.
어디 이 뿐인가. 금융권의 경우 채용비리 의혹에서 비껴간 은행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이 과정에서 출신 대학을 등급화해 차별적 배점기준을 책정하거나, 여성 지원자의 경우 배점을 고의로 낮추는 방식의 선별 채용이 적용되기도 했다. 채용비리는 단순히 사측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노조에게 할당된 청탁할당제가 작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하니 정말 점입가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채용비리와 고용세습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부모의 직업이나 이력이 자녀나 친인척들의 입신양명의 보증수표가 되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채용비리는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자조 섞인 비난이 나올 법 하다. 음서제도는 고려를 건국한 개국공신들에게 전쟁의 공과와 벼슬의 신분에 따라 그 자녀들에게 과거시험을 통하지 않고도 관직을 수여하던 제도였다.
처음에는 공신과 그 후손들의 충성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도입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관직을 사고 팔고, 권세가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편법적 수단으로 변질되어 갔다. 음서제도의 영향력은 막강해 통제받지 않는 권문세족의 실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과거제를 통해 부상한 신진사대부에 의한 역성혁명을 불러와 조선의 건국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선인들 음서제에서 자유로웠을까.
어떤 이들은 고려-조선 천년을 이어온 음서제도처럼, 채용비리는 뿌리가 깊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권력의 속성에 기인하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한다. 더 나아가 그것이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항변한다. 만약 그렇다면 부정한 방식에 의해 성장한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나라살림을 탕진하여 망국의 길로 끝을 본다는 역사의 법칙을 인정한다는 것일까. 더군다나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시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는 ‘기회의 균등과 과정의 공평’이다. 기회도, 과정도,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채용비리는 국가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파렴치하고 심각한 범죄행위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청년들 앞에 놓인 현실은 헬조선이다. 청년실업률이 최고점을 찍고, 청년빈곤율의 상승속도는 5G급이며, 출산률은 가파르게 추락하고, 청년세대의 임금소득격차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해마다 50여만명의 공무원 시험생들이 노량진에서 밤을 지새우며 삶의 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취업스트레스로 인한 20대 조울증은 전 연령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 꿈과 희망의 사다리는 끊어진지 오래다. 견고한 울타리는 청년들을 사회 밖 시민으로 내몰고 있다.
2017년에 KT그룹의 대학생 조사단이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자기소개서에서 없애야할 우선 항목으로 81%가 ‘부모학력’을 꼽았다. 부모의 직업이 취업을 위한 프리패스가 되어서는 안되고, 정치권력과 유착된 기업이 부정한 직업소개소로 전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제는 채용비리 근절에 정부가, 국회가, 사법부가 즉각적인 대응과 해법을 내 놓을 때이다. 무엇보다 성역없는 수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야 정쟁으로 잠자고 있는 채용비리 국정조사가 신속히 개시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KT와 공공기관의 새로운 채용비리 의혹도 포함되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근본적인 재발방지를 위해서 일단 ‘권력형 채용비리 가중 처벌법’을 재정하여 엄벌백계로 해결해 가야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또한 역사는 교훈을 남긴다. ‘현대판 음서제도’는 민주공화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박물관에, 역사교과서에나 있어야할 과거의 망령을 자꾸 불러내는 이들에게 관용은 불가하다.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인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신속히 시작하자.
출처 : 아시아타임즈(http://www.asiati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