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정치 칼럼] 20대 희생 위에 쌓은 불안한 평화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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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미래당 미디어국장

‘너는 내가 업어 키웠다’고 종종 놀렸던 9살 연하 동생이 군인이 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입영자들은 연병장에 모이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지에, 함께 간 엄마와 나는 우왕좌왕하다 동생과 작별인사를 했고, 동생은 머뭇머뭇 달려가 대열에 맞춰 섰다. 바로 시작된 입영 행사에서 빡빡머리의 동생 또래의 입영자들은 알려주지도 않은 좌향좌를 척하고 해냈고, 인사를 시키니 거수경례를 하며 ‘충성’을 외쳤다. 조금 전까지 가족들과 인사하던 그들이 떼로 줄지어 거기 서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그 상황에, 나는 계속 눈물이 났다. 머릿속에 질문이 맴돌았다. 그들은 왜 거기에 있어야 하고, 왜 앞으로 겪을 것들을 겪어야 하는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기 때문인가? 아니면 북한의 위협 때문인가? 또 강압적이지 않으면 군기가 잡히지 않기 때문인가? 나는 묻고 싶다. 근대국가에서 군인은 필요하지만, 국가가 젊은이들의 소중한 시간과 목숨을 헐값에 취하는 징병제가 과연 정당한지. 그것도 모자라 군대 밖이라면 비정상적인 폭력, 가혹행위, 비리가 용인되는 군대 문화가 정당한지. 아직도 스무살 때 휴가 나온 내 친구의 몸에 있던, 부모님이 볼까 봐 옷을 입었을 때 안 보이는 부위만 맞았다는, 멍 자국이 잊히지 않는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2014년 군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 이후로 육군 문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진 군대문화, 사실은 개선이 가능한 일이었다. 또 상상해본다. 지난 몇 년 간 남북 긴장이 급속도로 완화되고 있는데, 더 나아가 평화체제가 정착되어 북한과 총을 겨눌 필요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대체복무를 확대하거나 모병제로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무기구입과 개발에 들어가는 눈 먼 돈이 더 적지 않을까? 그리고 BTS가 군대에 가면 독도수비대에 배치하자는 누군가의 얘기처럼, 무기와 병력의 양으로 겨루기보다는, 문화나 외교적 방편으로 좀 더 창의적인 국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분단체제를 이용해서 정치·경제적 이익을 챙기고 있었던 이들, 그리고 ‘군기’라는 이름 아래 폭력을 방치했던 이들 모두 국방에 희생한 젊은이들에게 빚이 있다.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방향은 앞으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대북정책보다는, 누가 정권을 잡든지 국민의 안전과 자유를 최우선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평화체제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하다. 현 정부도 북-미 간 평화의 물꼬가 트였을 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좋겠다.

동생의 입영 행사가 끝나고, 일주일 뒤에 배달될 손편지를 썼다. 누구 말마따나,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군대를 안 가본 입장에서 헤아리려니 어려워서 이말저말 주저리주저리 쓴 것 같다. 쓰고 나오는 길에 미처 못 쓴 말이 생각났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니가 해줘서 정말 고맙다.” 지금도 7월 땡볕 아래 훈련받고 있을 동생과 동기들을 생각하면 고마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kyb@asiatime.co.kr

출처 : 아시아타임즈(http://www.asia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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