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미래정치 시리즈 ④] 이구원 "권리로써의 탈시설...그리고 탈시설 정책계획"

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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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미래정치 시리즈 ④] 이구원 "권리로써의 탈시설...그리고 탈시설 정책계획"


정리=김정기 기자 sisa@sisa-news.com
  • 등록2021.09.26 12:17:50



지난 3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정문자 상임위원이 서울 목동 소재 장애인 지원주택을 방문, 탈시설 후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시작한 장애인 당사자 및 지원주택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사진제공=국가인권위원회
▲ 지난 3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과 정문자 상임위원이 서울 목동 소재 장애인 지원주택을 방문, 탈시설 후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시작한 장애인 당사자 및 지원주택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 사진제공=국가인권위원회

 

2021년 8월 2일, 문재인 정부는 탈시설로드맵-탈시설에 대한 중장기 정책계획-을 발표했다. 이 탈시설 정책계획에 대하여 일부 장애인의 가족은 강한 반대를 표현했다. 한편 탈시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온 장애인권운동단체와 탈시설지원법을 발의한 최혜영, 장혜영 의원 역시 탈시설정책계획의 한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글에서는 탈시설을 권리로써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과 탈시설 정책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다.

 

탈시설이란 거주시설에 벗어나 지역사회 안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 배경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인들이 자기의 의지와 관계없이 배제된 채 살아온 현실이 존재한다. 장애당사자로 태어난 필자 역시 등록된 시설은 아니지만 25년을 지역사회와 떨어진 종교공동체에서 살아왔다.

 

장애 아니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바라보았던 대한민국에서 가난했던 나의 친 부모가 나를 양육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난 많은 장애인권운동가 분들이 저항을 통해 만들어낸 활동지원제도로 활동지원사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역사회의 인권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자립 이전 나의 삶과 활동을 하며 만난 장애인거주시설(지금부터 시설이라는 말로 통용하겠다)에서 살아오신 장애인들의 삶을 떠올리면 군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구조를 잘 보여준 드라마 D.P가 떠오른다.

 

실제 벌어졌으며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실태를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군대든 시설이든 폭력이 일어나기 참 쉬운 통제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군대가 계급이라는 권력의 통제로 움직인다면 시설은 보호와 안전이라는 명칭의 통제구조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 보호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코로나 19를 겪으며 우리는 명확히 지켜볼 수 있었다. 코로나 초기 집단감염에 가장 취약했던 곳이 시설이었다.

 

이 경험은 시설의 통제를 오히려 강화시켰다. 현재 코로나 방역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에서도 저녁 6시 이전에는 4인까지의 모임이 가능하며 백신접종완료자의 경우 8인까지도 모임이 가능하다. 그리고 공식적인 모임이나 행사가 인원제한을 둔 채 이루어진다. 하지만 백신접종을 완료한 시설 거주인들의 경우 방역지침 3단계에서도 외부활동은 전면 중지되며 외출 역시 철저히 통제된다.

 

시설 외부인들과의 만남 역시 최소로 제한된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존엄하며 자유롭고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1948. 12. 10)의 가치가 권리로써 실현되기란 불가능하다. 또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정해진 일을 하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삶 역시 시설에서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런 문제들은 인권에 대한 교육과 대응책을 강화해도 해결할 수 없으며 탈시설의 전환을 통해 자립생활의 권리를 보장함으로 해결할 수 있다. UN 장애인권리협약(2006년) 3조에서는 자립생활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19조에서는 자립생활의 권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중심으로 한 장애 인권운동 단체의 활동가들이 오랜 시간을 탈시설을 권리로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또한 UN 장애인권위원회에서도 우리나라에 수차례 탈시설을 권고해 왔다.

 

이런 저항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탈시설지원법 발의와 탈시설정책계획 발표를 이루어냈다. 탈시설을 공식적 정책의제로 만들어낸 것은 중요한 의미이자 성과이다. 하지만 현재 탈시설 정책계획은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첫 번째 탈시설 용어 사용을 회피하고 있다. 대신 주거전환 혹은 주거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우습게도 시설에 보내져 살아야 했던 당사자들에게는 시설에서 살게 되었을 때 선택을 묻지 않았다. 여전히 탈시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소극적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내용적인 측면에서 거주시설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100인 이상의 대형거주시설들을 소규모 시설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5인 이하의 소규모 시설에 해당하는 공동가정생활(그룹홈)은 이 계획에서 제외된다. 3년간 시범사업 이후 2025년부터 2041년까지 탈시설하는 사람의 수는 5,452명으로 이는 시설전체입소자 2만 9,086명의 18.7%에 불과하다. 이 밖의 사람들 중 대부분은 소규모 시설인 공동생활가정으로 흡수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 2,193명은 시설에 남게 된다. 결국 이 계획에서조차 배제와 분리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세 번째 거주시설장애인의 80%를 차지하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즉 활동지원 확충에 대한 계획을 포함한 의사소통에 대한 지원 등에 내용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설령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가족이 있다면 지원에서 배제되거나 지원의 양이 축소된다. 이는 일부 장애인의 가족들이 탈시설을 격렬히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모든 한계들은 예산확충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결론으로 정리될 수 있다. 장애인당사자들의 삶을 위한 예산은 최소화하려 하면서 공항 건설과 철도건설에는 열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사람이 먼저다”는 국정운영철학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탈시설은 장애인을 배제시켜온 시설화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존중이라는 단어를 가르치고자 “몸이 달라도 _자”라고 적은 선생님의 질문에 한 어린이가 “같이 놀자”, “반겨 주자”라고 답변한다. 그 답변처럼 장애의 유무,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없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국가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자신의 책임을 예산확보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의 이행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시사뉴스는 청년정치를 연재합니다. [코로나 시대 미래정치: 정치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이 원하는 정치의 모습을 담고자 합니다. 연재된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에도 그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지면에 담았습니다.

 

이번 글은 '인권연대 숨'에서 일꾼으로 일하시는 이구원 씨가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이 씨는 ▲다사리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에서 활동했으며 미래당 충북창당준비위원회 당원으로 적극적으로 장애인 인권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기사링크 : http://www.sisa-news.com/news/article.html?no=172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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