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미래정치 시리즈 ③] 최시은 “젠더, 난민 등 민감한 갈등 어떻게 해결할까?”
정리=김정기 기자 sisa@sisa-news.com
▲ 지난 2019년 10월 2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 개최된 ‘제2회 광주 퀴어문화축제’. / 사진제공=뉴시스
며칠 전 친구가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한 정치인의 퀴어축제를 보지 않을 권리 발언이 왜 혐오차별 발언인지 궁금하다고 나에게 물었다. 퀴어축제를 수용할 권리도 그리고 퀴어축제를 거부할 권리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 정치인의 논리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렸기 때문이었으리라 싶었다.
나는 퀴어축제가 단순한 축제나 놀이가 아니라 1969년 미국의 스톤월 항쟁에서 기원이 된 성소수자 희생과 차별의 역사가 담긴 항쟁의 성격을 지닌 집회이고, 전 세계에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권리를 증진하고 차별에 맞서기 위해서 열리고 있다며 진땀을 흘리며 장황한 설명을 했다.
또 한국에도 성소수자들이 정말 많고 차별과 혐오로 인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적 타살을 당하고, 나 또한 성소수자 운동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게이인 친구를 통해 이런 문제를 알게 되었다며 나의 관점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설득했다. 질문을 한 친구는 즉시 수긍하지 않았지만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눠줘서 고맙다고 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젠더, 난민 등 이슈를 둘러싸고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화산처럼 발화되고 있다. 과연 민주주의 공론장에서 민감한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관심이 없었던 내가 성소수자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돌아보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를 얻기 위해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쉽게 하는 정치인들이 만약 단 한 명의 성소수자 친구가 있었다면 그런 혐오차별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런 정치인들은 성소수자인 친구는커녕 살아생전에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한 동료도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난민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다시 점령하고 미군이 철수한 후 난민문제가 국제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정부와 협력한 현지 시민들이 특별 기여자로 입국했다.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입국하자마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유럽에서 무슬림 난민을 받고 난 후 성범죄나 테러 등이 대량으로 발생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유가 아프가니스탄 시민의 무지와 게으름 탓이라며 혐오와 차별발언이 대량으로 살포된다.
인터넷에서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이들은 과연 살아생전에 무슬림교도인 사람 또는 난민과 대화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 본적이 있을까? 지정학적 위치 탓에 수백 년간 강대국으로부터 침략 받아온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에 대한 10분짜리 유튜브라도 봤다면 저렇게 모든 문제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탓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미래당 자문위원이신 유정길님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국제구호 경험을 토대로 현지 지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전하며 방송에 출연해 한국과 일한 아프간 사람들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치 성소수자인 친구를 둔 내가 성소수자의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설득한 것처럼 말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차별에 명약은 우정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딕 체니 전 부통령은 공화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레즈비언인 딸을 두었기 때문에 동성 결혼에 찬성해서 화제가 되지 않았던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서 소통과 공감을 통해 교류할 때 우리는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하고 또 살아온 경험이 달라 내 머릿속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이해하게 되는 공간이 생긴다. 하지만 최근 민감 이슈를 둘러싸고 인터넷으로 분출되는 글들은 소통이라기보다 일방적인 감정의 배설에 가까워 존중에 기반한 민주주의 공론장을 형성하기도 어렵다.
민주시민으로써 타인의 인격을 훼손할 수 있는 차별혐오발언은 지양하고, 나와 다른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또 나와 다른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연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존중하며 버티는, 소위 ‘존버 민주주의 공론장’을 여기저기 많이 만들어 보자. 미래당 같은 작은 정당도 ‘존버 민주주의 공론장’이 될 수도 있지만, 학교나 마을 같은 가까운 곳에서 민주주의 교육과 연습이 이루어진다면 더 좋을 것이다.
어렵지만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서 사랑과 우정은 혐오와 차별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버티는 ‘존버 민주주의 공론장’을 쌓아 올리자.
시사뉴스는 청년정치를 연재합니다. [코로나 시대 미래정치: 정치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이 원하는 정치의 모습을 담고자 합니다. 연재된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에도 그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지면에 담았습니다.
이번 글은 미래당 정책국장을 맡고있는 최시은 씨가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최 국장은 ▲넥슨코리아 법무팀 과장 ▲김제동과어깨동무 사무팀장 역임 후 ▲리버럴아츠센터 사무국장과 미래당 업무를 현재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사링크 : http://www.sisa-news.com/news/article.html?no=171320
[청년미래정치 시리즈 ③] 최시은 “젠더, 난민 등 민감한 갈등 어떻게 해결할까?”
정리=김정기 기자 sisa@sisa-news.com
▲ 지난 2019년 10월 26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 개최된 ‘제2회 광주 퀴어문화축제’. / 사진제공=뉴시스
며칠 전 친구가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한 정치인의 퀴어축제를 보지 않을 권리 발언이 왜 혐오차별 발언인지 궁금하다고 나에게 물었다. 퀴어축제를 수용할 권리도 그리고 퀴어축제를 거부할 권리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그 정치인의 논리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렸기 때문이었으리라 싶었다.
나는 퀴어축제가 단순한 축제나 놀이가 아니라 1969년 미국의 스톤월 항쟁에서 기원이 된 성소수자 희생과 차별의 역사가 담긴 항쟁의 성격을 지닌 집회이고, 전 세계에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권리를 증진하고 차별에 맞서기 위해서 열리고 있다며 진땀을 흘리며 장황한 설명을 했다.
또 한국에도 성소수자들이 정말 많고 차별과 혐오로 인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적 타살을 당하고, 나 또한 성소수자 운동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게이인 친구를 통해 이런 문제를 알게 되었다며 나의 관점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설득했다. 질문을 한 친구는 즉시 수긍하지 않았지만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눠줘서 고맙다고 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젠더, 난민 등 이슈를 둘러싸고 혐오와 차별의 정서가 화산처럼 발화되고 있다. 과연 민주주의 공론장에서 민감한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관심이 없었던 내가 성소수자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돌아보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를 얻기 위해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쉽게 하는 정치인들이 만약 단 한 명의 성소수자 친구가 있었다면 그런 혐오차별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런 정치인들은 성소수자인 친구는커녕 살아생전에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한 동료도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난민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이 다시 점령하고 미군이 철수한 후 난민문제가 국제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며칠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정부와 협력한 현지 시민들이 특별 기여자로 입국했다.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입국하자마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유럽에서 무슬림 난민을 받고 난 후 성범죄나 테러 등이 대량으로 발생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유가 아프가니스탄 시민의 무지와 게으름 탓이라며 혐오와 차별발언이 대량으로 살포된다.
인터넷에서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이들은 과연 살아생전에 무슬림교도인 사람 또는 난민과 대화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 본적이 있을까? 지정학적 위치 탓에 수백 년간 강대국으로부터 침략 받아온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에 대한 10분짜리 유튜브라도 봤다면 저렇게 모든 문제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탓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미래당 자문위원이신 유정길님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국제구호 경험을 토대로 현지 지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전하며 방송에 출연해 한국과 일한 아프간 사람들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치 성소수자인 친구를 둔 내가 성소수자의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설득한 것처럼 말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차별에 명약은 우정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딕 체니 전 부통령은 공화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레즈비언인 딸을 두었기 때문에 동성 결혼에 찬성해서 화제가 되지 않았던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서 소통과 공감을 통해 교류할 때 우리는 나와 다른 타인을 존중하고 또 살아온 경험이 달라 내 머릿속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이해하게 되는 공간이 생긴다. 하지만 최근 민감 이슈를 둘러싸고 인터넷으로 분출되는 글들은 소통이라기보다 일방적인 감정의 배설에 가까워 존중에 기반한 민주주의 공론장을 형성하기도 어렵다.
민주시민으로써 타인의 인격을 훼손할 수 있는 차별혐오발언은 지양하고, 나와 다른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또 나와 다른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연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존중하며 버티는, 소위 ‘존버 민주주의 공론장’을 여기저기 많이 만들어 보자. 미래당 같은 작은 정당도 ‘존버 민주주의 공론장’이 될 수도 있지만, 학교나 마을 같은 가까운 곳에서 민주주의 교육과 연습이 이루어진다면 더 좋을 것이다.
어렵지만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서 사랑과 우정은 혐오와 차별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버티는 ‘존버 민주주의 공론장’을 쌓아 올리자.
시사뉴스는 청년정치를 연재합니다. [코로나 시대 미래정치: 정치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 청년들이 원하는 정치의 모습을 담고자 합니다. 연재된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에도 그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지면에 담았습니다.
이번 글은 미래당 정책국장을 맡고있는 최시은 씨가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최 국장은 ▲넥슨코리아 법무팀 과장 ▲김제동과어깨동무 사무팀장 역임 후 ▲리버럴아츠센터 사무국장과 미래당 업무를 현재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사링크 : http://www.sisa-news.com/news/article.html?no=17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