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양의 미래정치칼럼10] 도쿄에 울려퍼진 아베반대 목소리의 실체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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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대 참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도쿄시내 아카하바라역 광장에서 일장기를 나누어주는 자민당의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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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1일 25대 참의원 선거 자민당 유세현장인 아키하바라역 광장에서 자민당 지지자가 아베 총리의 가면을 쓰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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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5시 30분께, 도쿄 도심의 한복판 아키하바라역 광장에 1만 인파가 몰렸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뭔가를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일장기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축제를 즐깁시다”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보였다.

곧이어 대형스피커를 통해서 선거유세를 시작한다는 안내가 나오자 지나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유세차량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7월 21일, 25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 자민당의 마지막 총유세가 시작됐다. 

후보들이 연설을 마칠 때마다 광장에는 유독 일장기를 들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역사왜곡과 망언을 쏟아내는 한국의 극우단체 집회를 보는 듯했다. 놀랍게도 한편에서는 욱일기도 등장했다. 일본 자위대의 군기이기도 한 욱일기는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깃발을 치켜 든 자민당 지지자는 아무 거리낌없이 욱일기를 군중 속으로 흩날리며 아베 지지를 호소했고,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베 총리의 가면을 쓰고 ‘국난’이라는 명찰을 치장하거나 일장기를 온몸에 두르고 거리를 활보하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 유독 한 시민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수많은 아베 지지자들과 일장기의 틈 속에서 조용히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피켓에는 “LOVE 평화헌법”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뒷사람이 신고했어요”… 침묵으로 돌아선 인터뷰이

▲  7월 21일 25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유세장에 모인 아베 총리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평화헌법을 지킬 것을 주장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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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씨(50)는 “아베 정권이 헌법 개정을 시도하는 것이 매우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전 삿포로에서 ‘아베 반대’를 외쳤던 시민이 경찰에게 끌려가는 뉴스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 영향인지 피켓의 의미를 물었을 때, 삿포로 사례를 거론하며 “주위의 시선 때문에 부드럽게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신 조심스러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해서 인터뷰를 이어가려던 순간, 다른 한 시민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지금 뒤에 있는 사람이 아베 정부에 대해 반대 인터뷰를 한다고 신고했어요.” 

이 말을 듣자마자 오가와씨는 침묵으로 돌아섰다. 참으로 어이없고 놀라운 일이었다.

잠시 후 인파 속 환호성과 함께 아베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의 유세가 시작됐다. 자그만치 ’13선’ 국회의원인 아소 다로 부총리는 과거 한국에 대한 역사망언과 왜곡발언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극우 정치인이다. “한국인이 창씨 개명을 먼저 요구했다”(2003년) “독도기념우표에 대항하는 일본 우표를 발행하자”(2004년) “한국전쟁은 일본경제 재건을 위한 특수”(2005년)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뒤이어 아베 총리가 마이크를 쥐었다. 그는 “자위대의 헌법 명기는 합법적이며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아베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참의원 선거 지지를 호소했다.

“아베 야메로” 구호… 그 뒤 들려온 ‘쿵 소리’의 정체

▲  7월 21일 25대 참의원선거를 앞둔 자민당 유세 현장에서 자위대의 군기인 욱일기가 군중 속에서 휘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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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이 시작된 지 10여 분이 채 흐르지 않은 시각, 유세장 한쪽이 술렁거리더니 날카로운 외침이 허공을 갈랐다.

“아베 야메로!(그만두라)” “아베 카에레!(돌아가라)”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달려가 봤다. 아베 반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성이 뒤로 넘어졌다. 아베 총리 지지자 중에 한 사람이 “아베 야메로”를 외치는 반대 시민을 제지하기 위해 강제로 뒤에서 잡아 넘어뜨린 것.

주변에 경찰이 있었지만 위급한 상황만 제지할 뿐, 그 이후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모습이 놀라웠다. 폭력을 가한 아베 지지자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며 아베의 연설에 박수를 보내고 서 있었고, 반대하던 시민은 어디론가 이동한 채 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유세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는 이렇게 철저히 묻히고 차단당했다.

아베 총리는 지지자들에게 외쳤다. “일본의 힘을 세계에 보여줍시다!” 그리고 연단의 사회자는 오른 손을 치켜들어 “이기자!”를 연호했다. 시민들은 일장기를 흔들며 “이기자!” 구호를 따라했다. 

실로 무서운 장면이었다. 오직 아베 총리와 자민당을 지지하는 목소리만이 유세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와 다른 목소리는 ‘단죄’됐다. 경제대국 일본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들여다 본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연일 일본 언론을 통해서 한국을 향해 망언과 역사 왜곡을 일삼는 극우 정치인들이 어떻게 일본 정치를 70년 자민당 장기집권체제로 만들어 가는지 짐작할 수 있어 아찔하기만 했다.

아베의 ‘한국 때리기’, 일정 정도 효과 봤다

▲  지난 21일, 일본 참의원선거 신주쿠 제26투표구 투표소의 모습.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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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참의원선거가 끝났다. 투표율은 48.8%.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투표 당일 인터뷰를 위해 찾았던 도쿄 신주쿠의 26, 27투표소에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한산하고 사람이 없던 터라 낮은 투표율을 예견할 수 있었다.

일본 언론에서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점 그리고 태풍 다나스의 영향이라고 분석했지만, 아베 정부 6년에 대한 피로감과 대안 야당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된다. 되레 일본 선거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 폭증했다. 투표 당일 일본의 6개 주요 방송채널을 분석하며 진행했던 한 선거개표 실시간 유튜브 방송에는 평균 2000여 명의 동시 접속자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매운동에 적극적인 청년세대가 시청자의 주류를 차지했다.

이번 참의원선거는 아베 총리의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참의원선거를 두고 개헌지지 세력이 이번에 선출하는 124석 중 과반 의석(63석)과 2/3 개헌발의 의석(85석)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의석을 점유하느냐가 선거 평가의 가이드라인으로 회자됐다.

아베 총리는 최저선으로 제시했던 과반의석은 넘겼으나 극우성향의 유신회(10석), 무소속(3석)을 합쳐도 개헌의석인 85석에는 못미치는 8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는 국민연금 파탄, 아베노믹스 통계조작과 같은 악재를 ‘한국수출규제 이슈’로 물타기 함으로써 최악의 결과는 면했다고 보여진다. 7월 4일 참의원 선거운동 개시일에 맞춰 꺼내든 ‘한국 때리기’ 카드 노림수가 일정 정도 효과를 본 셈이다.

참의원선거 이후 아베 내각의 셈법은 무엇일까? 일단은 8월 1일로 예고한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 제외’라는 수출규제 보복 조치 초강수를 밀어붙일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대변신을 꾀하는 자위대 헌법 명기라는 개헌 드라이브의 가속 엔진도 보유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올해 12월 중의원(하원) 선거 때 2/3 개헌 의석 싹쓸이라는 강경 독주로 이어질 개연성을 갖는다. 

아베 총리는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언론을 통해 “야당과 무소속을 포함해 개헌지지 세력을 모으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역사의 시곗바늘을 뒤로 돌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이 시각, 바다 건너 일본 총선의 결과와 미래를 주목하는 이유다.

관련 동영사 보기 https://youtu.be/85-RtW2P35g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오태양씨는 미래당에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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