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래 76호 논평] '유치원다운 유치원'으로 나라다운 나라로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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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비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이 충격에 빠졌다. 감사대상 2058개의 사립유치원 중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은 무려 91%인 1878곳. 원장의 핸드백, 노래방·숙박업소 이용, 심지어 성인용품까지 교비로 구매되었다니, 치열한 유치원 입학 전쟁을 뚫고 아이를 겨우내 맡겨놓았던 학부모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할 혈세가 어쩌다 유치원 원장 사비로 쓰이고 있었을까. 유치원에는 돈이 들고 나는 과정을 기록하는 ‘공식적인’ 회계시스템이 없다. 수기로 장부에 기록하든 민간 회계시스템을 이용하든 상관이 없다. 그렇게 교직원 복지용이라며 원장 개인 계좌에 돈이 들어갔고, 교육업체와 짜고 쳐 교육업체에 실제 가격보다 높은 대금을 지불하고 차액을 개인계좌에 받는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유치원 원장들의 ‘양심’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돈만 주고 관리는 안 한 교육당국이 책임져야 할 구조적 문제다. 2013년부터 5~6년간 감사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91%가 비리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교육청이 이 문제를 쉬쉬하며 공개하지 않았고, 어떤 제도개선도 하지 않았다. 올해에만 1조 8000억 원, 외교부 한 해 예산과 맘먹는 어마어마한 세금이 사립유치원에 투입됐는데도 말이다. 본연의 역할을 포기해버린 교육청은 이 모든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 당장 시행해야 한다.

나아가 이번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보육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개인의 성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출산율·경력단절 등 우리 사회 주요한 이슈와도 아주 긴밀하게 연관된 보육을 ‘개인 영리 사업자’들에게 맡겨놓은 현행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유치원의 국공립화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내년도 유치원 입학 신청이 시작된다. 학부모들은 한 입으로 ‘믿고 맡길 곳이 없다’며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나라다운 나라’는 어디 대단한 나라를 말하는 게 아니다. 교비를 그야말로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유치원다운 유치원’에 우리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나라를 말한다. 이번 비리 유치원 사태가 ‘유치원다운 유치원’을 보장하는 ‘나라다운 나라’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18.10.19.
우리미래 정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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