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다. “국민 여러분, 지난해 우리는 사상 최초로 수출 6000억 불을 달성했습니다”로 시작해 “평화도, 혁신 성장도, 포용국가도 우리는 이뤄낼 것입니다”로 마치는, 6,732자에 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신년사에서 위로와 희망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리라.
그게 아니라면 수출 6000억 불 달성과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라는 수치적인 성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177대에서 889대로 증가했다는 수소차 업계에 종사하지 않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상 최대였다는 3조 4천억 원의 벤처투자의 혜택을 직접 받지 못해서일까?
좀 더 살펴보니 수소차 생산 증가량까지 상세히 언급한 신년사에 체감실업률 23%에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청년세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주택보급률이 100%이면서도 44%의 가구가 무주택자인 현실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작년에 미투 운동이 이슈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격차를 보이는 양성평등이나 여성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작년 말에 국회에서 두 야당 대표가 9일 동안 단식을 하면서까지 호소한 선거제도개혁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인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작년에 예멘 난민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앓았던 국제 인권 문제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매일 전 국민이 신경 쓰는 미세먼지나 미세플라스틱 같은 환경문제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일까.
많은 국민들의 생계가 달린 최저임금, 소상공인 문제는 두루뭉술하게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한마디로 갈음되었다. 혁신성장에 대한 내용은 있었지만, 어젯밤에도 택시기사 한 분이 더 돌아가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더 크게 불거질 신-구산업 간의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에 대한 방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낮은 20대 남성 지지율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의 20대가 느끼는 막막함과 경쟁, 혼란에 대한 언급 없이 사회 변화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일축하였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복지 확충, 아이들에 대한 투자, 안전 확보를 포함한 6가지 정책 방향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장황하게 나열된 경제성장 정책에 앞서 작년 한 해 동안 정권 차원에서 경제문제에 빚은 혼선에 대한 사과나 반성이 있었다면 더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작년 대한민국 사회가 뼈아프게 느꼈던 몇몇 핵심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진단과 방향을 제시해주었더라면 좀 더 희망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대통령은 신년사 마지막 부분에 “우리가 촛불을 통해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공동의 목표를 잃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 앞에 선 문재인 대통령의 수척해진 얼굴만큼이나 현 정부의 노고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통일에 대해서는 기존 정부들이 이루어내지 못한 많은 진전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촛불 정신의 계승은 우리 사회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직면하고 기존의 개발주의 성장 위주의 방식보다는 대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촛불혁명으로 이루어진 정부이니만큼, 남은 임기 동안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2019. 01. 11
우리미래 미래정치연구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다. “국민 여러분, 지난해 우리는 사상 최초로 수출 6000억 불을 달성했습니다”로 시작해 “평화도, 혁신 성장도, 포용국가도 우리는 이뤄낼 것입니다”로 마치는, 6,732자에 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신년사에서 위로와 희망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리라.
그게 아니라면 수출 6000억 불 달성과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라는 수치적인 성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177대에서 889대로 증가했다는 수소차 업계에 종사하지 않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상 최대였다는 3조 4천억 원의 벤처투자의 혜택을 직접 받지 못해서일까?
좀 더 살펴보니 수소차 생산 증가량까지 상세히 언급한 신년사에 체감실업률 23%에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청년세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주택보급률이 100%이면서도 44%의 가구가 무주택자인 현실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작년에 미투 운동이 이슈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격차를 보이는 양성평등이나 여성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작년 말에 국회에서 두 야당 대표가 9일 동안 단식을 하면서까지 호소한 선거제도개혁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인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작년에 예멘 난민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앓았던 국제 인권 문제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매일 전 국민이 신경 쓰는 미세먼지나 미세플라스틱 같은 환경문제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일까.
많은 국민들의 생계가 달린 최저임금, 소상공인 문제는 두루뭉술하게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한마디로 갈음되었다. 혁신성장에 대한 내용은 있었지만, 어젯밤에도 택시기사 한 분이 더 돌아가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더 크게 불거질 신-구산업 간의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에 대한 방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낮은 20대 남성 지지율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의 20대가 느끼는 막막함과 경쟁, 혼란에 대한 언급 없이 사회 변화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일축하였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복지 확충, 아이들에 대한 투자, 안전 확보를 포함한 6가지 정책 방향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장황하게 나열된 경제성장 정책에 앞서 작년 한 해 동안 정권 차원에서 경제문제에 빚은 혼선에 대한 사과나 반성이 있었다면 더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작년 대한민국 사회가 뼈아프게 느꼈던 몇몇 핵심 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진단과 방향을 제시해주었더라면 좀 더 희망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대통령은 신년사 마지막 부분에 “우리가 촛불을 통해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공동의 목표를 잃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 앞에 선 문재인 대통령의 수척해진 얼굴만큼이나 현 정부의 노고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통일에 대해서는 기존 정부들이 이루어내지 못한 많은 진전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촛불 정신의 계승은 우리 사회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직면하고 기존의 개발주의 성장 위주의 방식보다는 대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촛불혁명으로 이루어진 정부이니만큼, 남은 임기 동안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2019. 01. 11
우리미래 미래정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