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미래 90호 논평] 워라밸, 당신의 삶은 괜찮습니까?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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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밥상 위에 숟가락을 놓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밤이 지나면 맞이할 내일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고 답답해진다. 하지만 당연히 시간은 흘러 아침이 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온 출근길 지하철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꼼짝할 수가 없다. 현타. 다시 한 주의 시작이다.
단순히 직장인의 삶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업무수행 방식에 매몰되는 것이다. 당연하게 야근과 휴일 근무를 유도하는 회사 분위기와 카톡으로 내려오는 업무 지시에 마치 일하는 기계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자연스레 일과 삶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어느 순간 피곤함에 지쳐 무기력해지는 나를 마주한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라는 단어가 생기고, 작년 한 해 트랜드 키워드로 열풍이 일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없다.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로제는 저기 먼 곳의 이야기다. 대다수의 근로자에게 워라밸은 꿈이다. 퇴근 시간을 넘겨 잔업을 하고 막차 시간 전까지 야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휴일까지도 업무가 연장되었다. 그렇게 직장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끼는 피로는 허탈함과 스트레스로 가중된다. 지난해 한 직장인 커뮤니티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한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산업화 이후 고성장을 추구하며 관행화된 근로 문화가 지금의 과잉 근무를 초래했다.

많이 일해야 많이 번다는 인식을 버리고 근무 시간에 집중해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해외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2017년 기준 2024시간으로 조사됐다. OECD 가입국 중 멕시코(2257시간)와 코스타리카(2179시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나라 1인당 노동 생산성은 하위권이다. 결국 노동의 양과 기업의 발전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워라밸이 실제 우리 삶에 적용되어야 한다. 지난해 OECD 국가 워라밸 지수 1위를 차지한 네덜란드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우리나라보다 두 배나 높다. 일터에 만연한 과잉 근로 형태를 바꿔 일과 삶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1948년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문에는 모든 사람은 노동시간의 합리적 제한과 정기적인 유급휴가를 포함하여 휴식과 여가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70여 년 전에 세운 선언을 현대에 와서도 실현하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
번아웃을 탈피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근로자와 기업, 사회가 함께 기존의 업무수행 방식과 인식을 개선할 효율적인 근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탄력근무제, 유연근무제와 같은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근무 형태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 잡아줄게….’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노래 가사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우리 사회가 진정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고 손잡아줄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 건강한 삶 위에 건강한 사회가 있다.

2019. 01. 14
우리미래 미래정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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