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다극화 시대의 생존 전략: 관망을 넘어 창의적 대러 실용 외교로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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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다극화 시대의 생존 전략: 관망을 넘어 창의적 대러 실용 외교로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정부의 러시아산 원유 도입 검토를 두고 러시아 측이 “똑똑한 선택”이라 화답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러시아가 여전히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고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한 대안이며, 북·러 밀착은 한반도 안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에너지·안보·경제 전반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나 영토 분쟁의 역사가 없다. 연해주 지역은 역사적으로 독립운동의 활동 무대였으며, 고려인 공동체는 양국을 잇는 인적 연결의 기반이다. 이러한 기반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에서 전개된 가치 중심의 편향 외교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회적 군사 지원은 한-러 관계의 긴장을 필요 이상으로 고조시켰다. 이는 현지 기업 활동 위축과 경제적 비용 증대로 이어졌다. 명분만을 앞세운 외교가 국익이라는 실리까지 희생시키진 않았는지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K-방산의 비약적 발전 역시 과거 불곰사업 등을 통한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 경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따라 외교·경제적 무게중심을 동쪽으로 이동시키는 상황은 한국에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이득을 넘어, 북·러 밀착을 견제하고 한반도 안보 위협을 관리할 실질적인 외교적 지렛대(Leverage)를 확보하는 일이다. 북극항로의 부상 역시 주목해야 한다. 해당 항로가 본격화될 경우 부산은 아시아-유럽 물류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며, 이는 러시아와의 협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종전 이후’로 미루는 수동적 접근은 스스로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게으른 외교이다.


정부는 러시아와의 솔직한 소통을 통해 한미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협력 가능한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관된 대외 메시지를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독자 제재 품목의 단계적 유연화, 양국 직항 노선 재개, 문화·인적 교류 복원, 기업 활동 지원과 같은 실무적 조치를 통해 점진적인 신뢰 회복을 추진해야 한다. 1990년대 북방외교의 경험이 보여주듯, 전환기의 기회는 구조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때 현실이 된다. 다극화 시대에 부합하는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대러 외교 전략이 절실하다.


2026.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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