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당 논평] 틀에 갇힌 동북아 외교, 확장의 기회 살려야
APEC 정상회의가 끝났다. 메인 이벤트였던 미중 정상회담은 ‘독재자’ 발언 등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갈등이 아닌 협력으로 국면을 전환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도 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화해 무드에 동참했다. 아쉬운 것은 불발로 끝난 한중 정상회담이다. 대통령의 출국 전부터 행사 마지막까지 가능성에 대한 군불을 열심히 땠지만 결국 회담 대신 3분 덕담에 그치고 말았다.
3개월만에 만난 한미일 3국 정상의 시간은 기념사진 촬영과 10분 환담으로 끝났다. 미국과 일본 정상은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덕분에 임무 수행의 짐을 덜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은 우리 외교가 하청에 재하청 수준으로 규정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게 한다. 시진핑 주석은 멕시코, 페루, 피지, 브루나이와 정상회담을 가지면서도 한국에는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미국, 일본과 정상회담을 한 마당에 한국에까지 시간을 할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시 확인한 것은 올해 7차례 정상회담을 비롯해 공식, 비공식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한일 정상의 관계다. 미국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한일 관계 개선의 숙제를 풀어낸 두 정상의 허니문 외교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에 멈춰버린 한중일 정상회담을 다시 열고자 하는 일본에게 한국은 여전히 유용한 외교 파트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북일 관계 진척이라는 외교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도 한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도 한국이 더 높고 북한의 무력 도발 리스크도 한국이 더 크다. 하지만 이번 APEC에서 확인한 것처럼 한중 관계에는 힘이 실리지 않고, 남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경색된 상황이다. 한미일 블럭 외교에 집중해 온 우리 정부가 중국, 북한과 관계 개선에 직접 나서는 것은 당장 어려워 보인다. 현 정부 최대 외교 성과라 할 수 있는 복원된 한일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면서 우리의 외교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편일 수 있다.
우선 과제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재개다. 2008년 1차 회담을 일본에서 시작한 후 2019년 중국에서 열린 8차 회담까지 한국, 일본, 중국 순서로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아 개최해 왔다. 9차 회담의 장소는 마침 한국이다. APEC 정상회의는 우리가 주인공이 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자리였지만 우리가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담은 다르다. 국민적 저항을 감내하면서 일본과 관계 개선, 한미일 공조 강화를 추진한 정부의 외교가 제대로 평가를 받기 위해서도 한-중, 남-북 등으로의 동북아 외교 확장이 필요한 시간이다.
2023.11.20. 미래정치연구소
[미래당 논평] 틀에 갇힌 동북아 외교, 확장의 기회 살려야
APEC 정상회의가 끝났다. 메인 이벤트였던 미중 정상회담은 ‘독재자’ 발언 등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갈등이 아닌 협력으로 국면을 전환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도 중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며 화해 무드에 동참했다. 아쉬운 것은 불발로 끝난 한중 정상회담이다. 대통령의 출국 전부터 행사 마지막까지 가능성에 대한 군불을 열심히 땠지만 결국 회담 대신 3분 덕담에 그치고 말았다.
3개월만에 만난 한미일 3국 정상의 시간은 기념사진 촬영과 10분 환담으로 끝났다. 미국과 일본 정상은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덕분에 임무 수행의 짐을 덜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은 우리 외교가 하청에 재하청 수준으로 규정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게 한다. 시진핑 주석은 멕시코, 페루, 피지, 브루나이와 정상회담을 가지면서도 한국에는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미국, 일본과 정상회담을 한 마당에 한국에까지 시간을 할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시 확인한 것은 올해 7차례 정상회담을 비롯해 공식, 비공식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한일 정상의 관계다. 미국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한일 관계 개선의 숙제를 풀어낸 두 정상의 허니문 외교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에 멈춰버린 한중일 정상회담을 다시 열고자 하는 일본에게 한국은 여전히 유용한 외교 파트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북일 관계 진척이라는 외교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도 한국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도 한국이 더 높고 북한의 무력 도발 리스크도 한국이 더 크다. 하지만 이번 APEC에서 확인한 것처럼 한중 관계에는 힘이 실리지 않고, 남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경색된 상황이다. 한미일 블럭 외교에 집중해 온 우리 정부가 중국, 북한과 관계 개선에 직접 나서는 것은 당장 어려워 보인다. 현 정부 최대 외교 성과라 할 수 있는 복원된 한일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면서 우리의 외교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편일 수 있다.
우선 과제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재개다. 2008년 1차 회담을 일본에서 시작한 후 2019년 중국에서 열린 8차 회담까지 한국, 일본, 중국 순서로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아 개최해 왔다. 9차 회담의 장소는 마침 한국이다. APEC 정상회의는 우리가 주인공이 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자리였지만 우리가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담은 다르다. 국민적 저항을 감내하면서 일본과 관계 개선, 한미일 공조 강화를 추진한 정부의 외교가 제대로 평가를 받기 위해서도 한-중, 남-북 등으로의 동북아 외교 확장이 필요한 시간이다.
2023.11.20. 미래정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