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당 논평] 방사능도 OK 한 윤석열 정부 일본에 NO 할 수 있는가?

2023-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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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당 논평] 방사능도 OK 한 윤석열 정부 일본에 NO 할 수 있는가?


대량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뿜어내기 시작한 2023년 8월 24일은 인류가 지구와의 관계를 다시 맺은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일본 정부의 주장처럼 방사능 오염수가 일정한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오염수를 버리기 이전의 바다보다 안전할 수는 없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새로운 위험의 시대로 진입시킨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지만 이를 승인한 패권국 미국 정부, 근거를 제공한 IAEA, 이웃나라 대표로 앞장세워진 한국 정부 역시 역사의 공범이 되는 길에 동참했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묵인을 넘어 적극적 옹호에까지 나선 배경에 정치안보적 이해관계가 있음은 자명하다. 미중 갈등의 심화로 높아진 신냉전 기류 속에 한국과 일본 정부는 여전히 세계 최강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동일한 판단 하에 움직이고 있다. 최근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관계는 준동맹 수준으로 높아졌다. 전통의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 정부는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 과잉충성과 확증편향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와 아무 상관없는 방사능 오염수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 노선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크게 변해 왔고 일본도 지금 정부의 대일 기조가 정권을 넘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 보지는 않을 것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으려는 무리수를 두게 만들 우려도 크다. 방사능 오염수 투기에 이어 일본의 오랜 꿈인 전쟁 가능 국가로의 전환을 이루려 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웃 국가들을 식민지화하고 전쟁 속으로 몰아넣었던 제국주의 망령의 부활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며 정당성의 도장을 찍어줄 것인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NO를 외칠 수 없는 상대를 우리는 '호구(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라고 부른다.


미국과 일본은 지금도 중국을 향해 매우 유연한 접근을 추구한다. 반도체 등 대중 제재를 지속하는 와중에도 미중 교역량은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고 미국의 각부 장관들도 중국을 방문해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로 중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계획했던 중일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에서는 때리지만 뒤에서는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표정을 바꾸며 OK도 NO도 내놓을 수 있는 능수능란함이 필요한 것이 외교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무조건 OK, 무조건 NO를 할 것이 예상되는 정부라면 외교를 포기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를 멈출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라. 오염수 안전 홍보영상까지 만드는 등 노력을 했지만 국내 여론이 잦아들지 않는 어려움을 토로하라. 지금까지 바다에 버려진 오염수를 기준으로 다시 한 번 안전성을 검증해보자고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더 과학적인 태도 아니겠는가.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일본 정부는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의 존재감은 이럴 때 더 크게 드러난다. 함부로 꺼냈던 OK를 NO로 바꿀 수 있는 정부가 되지 못 한다면 다음에 NO를 꺼내는 것은 우리 유권자들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호구가 아니다.


2023.09.03. 미래정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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