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정의 직격 인터뷰]진화를 거부한 기득권 정치판, 청년이 확 바꿔야죠

출처 : https://news.v.daum.net/v/20180622000308556

시장·구청장·도의원 등에 도전
알바·대학생·취준생·비혼자 등
낙선했지만 정치 중요성 인식
“참여로 일상을 바꿀 수 있어”
까다로운 선거법이 큰 장애물
호별방문 등 과감하게 허용해야
수십년 양당 지배 체제에 거부감
“민주당 독점, 다양성 보장 될지”

희망의 대명사인 청년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가는 요즘이다. 5월 취업자 수는 8년 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청년 실업률(10.5%)과 청년 체감 실업률(23.2%)도 최악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늘면서 ‘헬조선’이라는 탄식도 커지고 있다. 덩달아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도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결국 우리 삶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자각을 바탕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든 청년들도 적지 않다. 지난 6·13 동시 지방선거에 도전한 청년들을 만났다. 하루 10시간에 일당 7만원을 받고 알바를 뛰는 청년, 공과대학 졸업반, 취업 준비생, 비혼주의자, 결혼식을 앞둔 예비 가장 등 면면이 다채롭다. 
우인철(33)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 이주영(28·) 녹색당 서울 강남구청장 후보, 김광원(25) 노동당 경기도의원(수원 5선거구) 후보, 조준규(28) 바른미래당 서울시 의원(강남 6 선거구) 후보, 곽승희(31·여) 무소속 서울 금천구 의원(다 선거구) 후보를 초대했다. 

6·13 지방선거에 도전했던 23030 젊은 후보들이 서울 중구 배재학당 박물관 정원에서 자신들의 선거 홍보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경기도의원에 출마했던 김광원(노동당) 후보, 서울시장에 도전한 우인철(우리미래) 후보, 서울 금천구의원에 출마했던 곽승희(무소속) 후보, 서울 강남구청장에 출마했던 이주영(녹색당) 후보, 서울시의원에 도전했던 조준규(바른미래당) 후보. 김상선 기자

이들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냉혹한 정치 현실에 뛰어들어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일까.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얻었을까. 
-가장 인상적으로 나를 소개한다면 
^우인철=주거·노동·결혼문제 등 모든 청년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미래라는 정당에서 대표로도 활동했다. 
^이주영=그래픽디자이너로 일했다. 녹색당은 학력 표기를 선거 공보물에 표기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나 자신을 보여줄 경력이 짧아 결국 공보물에 학력(이화여대 정외과)을 넣고 말았는데 후회한다. 내가 학력 사회를 조장한 듯해서다. 
^조준규=정치를 밑에서부터 배웠다. 바른정당 제1기 청년정치학교에 참가했다. 부모님이 정치를 싫어해 이번에 출마한 뒤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 (웃음) 
^곽승희=개인사로 치부되는 ‘퇴사’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 퇴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실업률을 줄이려면 퇴사와 조직문화를 챙겨야 한다. 1년 2개월 전 퇴사와 동시에 퇴사 담론 모음집 ‘월간퇴사’를 만들었다. 
^김광원=서비스직 알바를 많이 해서 인사성이 밝고 상냥한 편이다. 정치인은 잘 듣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한 우인철(우리미래)후보.

-선거 출마 동기는. 
^우=로마 시장은 37세 여성이고, 오스트리아 총리는 31세다. 한국은 주로 명망가나 재력 있는 50대 남성이 정치에 데뷔한다. 한국에서 청년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청년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와 정확히 일치한다. 정치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미래가 있다. 청년세대가 우리 공동체를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출마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대부분이 50~60대 남성이다. 특정 연령·성별이 수많은 정책 결정권자 자리를 절반 넘게 차지한다. 다양한 젠더·나이·정체성이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 정치라는 게 직업정치인만 하는 건 줄 알았다. 정치라는 건 나로부터 일상에서 시작되는 거였다. 
^조=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위원을 할 때 공무원들의 비협조로 참여예산제도가 무산됐다. 서울시 의원이 되면 시 공무원들을 제대로 견제하고 싶었다. 야당다운 야당을 만들고 싶었다. 
^곽=‘누구나 나답게 사는 세상’을 내가 사는 동네에서부터 시작하기 위해서 출마했다. 이전엔 
직업정치인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그런데 60일 이상 거주하고 200만원만 내면 누구나 구의원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나왔다. 
^김=2012년 총선과 대선이 있던 해에 정당과 선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여러 사회문제와 이슈가 모두 선거로 귀결되는 것을 본 까닭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남구청장에 출마한 이주영(녹색당) 후보.

-영화 ‘버닝’을 보면 ‘리틀 헝거(육체적 배고픔)’와 ‘그레이트 헝거(존재와 의미의 배고픔)’가 나온다. 여러분은 어떤 배고픔을 느끼나. 
^김=5년 넘게 알바를 하고 있다. 어제도 당일치기 알바를 했다. 지금 당장의 삶이 너무 어려운 청년을 많이 만났다. 불안정과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여유 있는 사회, 노동 권리를 보장받고 임금이 올라가고 공공성이 올라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곽=정신적으론 배 안 고프다. (웃음) 선거에 나온 이유도 작년 4월에 퇴사한 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거 하자’였다. 세상을 엄청나게 바꾼다는 것보다 우리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나온 거다. 
^우=사회학에 ‘미시 자유’와 ‘거시 자유’가 있다. 의식주 해결은 미시적 자유다. 돈이나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소수 청년과 달리 그렇지 못한 다수 청년이 삶에서 누리는 거시적 자유의 크기가 다르다. 다수 청년이 꿈을 설계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사실 표면적인 배고픔은 없다. 강남이라고 하면 재건축·재개발·부동산·집값·부자동네 이런 게 의제였다. 하지만 이런 게 정말 우리의 삶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소유의 관점에서만 우리가 생각하는 거 아닐까. 이제 존재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때다.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에 출마했던 김광원(노동당) 후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4431표(1.7%)를 얻었다. 상근자 한 명 없이 회사원·변호사·상담가·육아휴직자 등 모두 일상의 생활정치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유권자의 정치불신은 힘든 점이었다. 
^우=1만1599표(0.2%)를 얻었다. 가장 힘든 점은 선거법이었다. 올림픽에 빗대면 메달을 딴 적 없는 선수들은 100m 뒤에서 출발하라는 거였다. 선거비용, 방송 3사 토론회 등은 기성 정치권의 그들만의 리그였다. 
^조= 6097표(14.9%)를 얻었다. 한 할머니가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지만 절대 좌절 말고 젊으니까 계속 도전해”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김=3053표(6.5%)를 얻었다. 지역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치른 첫 선거였다. 예상(4%)보다 표를 더 많이 받았으니 선전한 거다. 많은 청소년이 지지와 응원을 해줬다. 
^곽=2246표(8.3%)를 얻었다. 공보물 제작 기간에 펀드에 돈이 충분히 모이지 않아 공보물을 더 좋게 만들지 못한 게 아쉽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 금천구의원에 출마했던 곽승희(무소속) 후보.

-청년 정치인으로서 기성 정치권을 어떻게 보나. 
^우=여의도 귀족 계급, 소수 엘리트 그룹이 수십 년간 권력을 주고받아왔다. 기성 정치는 일상에서 시민의 정치참여를 끌어내지 못하고 정치 신인을 양성하지 못하는 기능부전에 빠졌다. 기성세대의 관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청년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김=오랫동안 거대 양당이 정치를 독점하고 있다. 시민들은 ‘정치인이 거기서 거기’라고 말했다. 지금의 정치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 
^조=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은 청산돼야 할 구태다. 정치 신인들이 변화를 원하는 기성 정치인과는 연대할 필요도 있다. 
^이=편협한 대표성이 문제다. 누가 보면 한국에는 50~60대 남성만 사는 줄 알겠다. 
^곽=기성 정치권은 진화를 거부한 존재다. 동시에 미래를 죽이는 현재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에 도전했던 조준규(바른미래당) 후보.

-보수가 궤멸하고 여당이 압승한 결과를 어떻게 보나. 
^우=촛불이 아직 우리 시대의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연장 선상에서 이번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야당은 촛불 민심과 시대를 못 읽은 것 같다. 
^곽=광역 및 기초 단체장 선거 결과만 보고 누가 이기고 졌다고 평가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 구의원 단위에서는 한국당 당선자들도 많다. 
^김=지금 여당도 기득권 세력이다. 우리의 목소리와 삶을 바라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매번 거대 양당은 자신들의 이익만 맞으면 국회에서 서로 손을 잡는다. 지금의 보수도 몰락하지만, 지금의 여당도 보수화될 거다. 우리는 새로운 정치와 진보 정치가 필요하다. 
^이=녹색당이 가장 말하고자 하는 가치는 다양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두렵다. 한 정당이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얼마나 다양하게 대표할 수 있나. 다양성이 제대로 반영될지 두렵다. 
^조=바른미래당이 올바른 보수의 이념을 갖고 한국당의 충분한 대안세력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어필 못 한 게 참패 원인이다. 

6·13 지방선거에 도전했던 2030 젊은 후보들. 왼쪽부터 경기도의원에 출마했던 김광원(노동당) 후보, 서울시장 도전자 우인철(우리미래) 후보, 서울 금천구의원에 출마했던 곽승희(무소속) 후보, 서울 강남구청장에 출마했던 이주영(녹색당) 후보, 서울시의원 선거에 도전했던 조준규(바른미래당)후보. 김상선 기자

-기성정치의 장벽이나, 선거법의 제약은. 
^우=기성정치의 최대무기는 선거제도다. 이를 통해 정치의 변화를 막았다. 미국 선거법은 호별방문이 가능한데 한국은 다 막아 놓고 있다. 이렇게 막아 놓으면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선거법이다. 지금의 선거공영제는 기회 균등 보장 장치가 아니라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작동한다. 
^이=선거기탁금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외국에는 기탁금이 없거나 100만원 수준이다. 거대정당들은 돈 펑펑 쓰고 세금으로 돌려받는다. 정치의 주체가 정당인데 공식선거 기간에는 정당 활동을 금지하는 게 현실 정치와 맞지 않는다. 
^곽=서울에서 4인 선거구를 여러 개 획정했는데 서울시 의회에서 여야가 합심해 막았다. 나도 피해자다. 
^조=현행 선거법은 ‘다음 각호의 행위는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일부만 허용하고 대부분의 선거운동을 제한한다. 열거한 것만 금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후원회 제도를 광역·기초의원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김=예비선거운동 기간에 정치 신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제한돼 있다. 후보자 유세·명함배포·외벽현수막·예비공보물이 거의 전부다. 

6·13 지방선거에 도전했던 2030 젊은 후보들이 서울 중구 배재학당 박물관 정원에서 자신들의 선거 홍보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 강남구청장에 출마했던 이주영(녹색당) 후보, 서울 금천구 의원에 출마했던 곽승희(무소속) 후보, 서울시의원 선거에 도전했던 조준규(바른미래당)후보, 서울시장에 도전한 우인철(우리미래) 후보, 경기도의원에 출마했던 김광원(노동당) 후보. 김상선 기자

-선거 자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조=바른정당 시절부터 함께 활동해 온 청년 당원에게 선거비용의 상당 부분을 빌려 출마했다. 타 지역 선거에 도전하려던 분인데, 말 그대로 귀인을 만났다. 
^곽=청년 정치인 펀드 플랫폼에 참여했다. 10월 1일까지 연이율 2%로 갚는 조건으로 투자받았다. 최종적으로 1100여만 원이 모였다. 그러나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해 빚으로 남았다. 
^이=녹색당이 특별모금을 통해 지역별 기탁금과 선거자금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초단체장 후보여서 후원회 개설이 가능했다. 
^우=서울시민 460만 가구에 공보물을 보내려면 약 3억원이 든다. 비용 부담 때문에 장당 2원 하는 손바닥 공보물을 만들었다. ‘기득권을 넘어보려는 청년의 눈물’이었다. 선거 자금은 후원캠페인을 통해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 
^김=내 재산이 없고 당의 여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특별당비와 정당후원으로 선거비용을 모았다. 차가 없어 매번 버스를 타고 사무소로 출근해야 했다. 

6·13 지방선거에 도전했던 23030 젊은 후보들이 서울 중구 배재학당 박물관 정원에서 자신들의 선거 홍보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경기도의원에 출마했던 김광원(노동당) 후보, 서울시장에 도전한 우인철(우리미래) 후보, 서울 금천구의원에 출마했던 곽승희(무소속) 후보, 서울 강남구청장에 출마했던 이주영(녹색당) 후보, 서울시의원에 도전했던 조준규(바른미래당) 후보. 김상선 기자

-한국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곽=김정은이 동네 청소해주는 거 아니다. 트럼프가 동네 불법 주차 문제 해결해주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나답게 살고 싶은 삶에 도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은 시도가 모여서 느리지만, 더 좋아질 것이다. 
^김=일상에서 계속 정치하고 만나고 함께하고 무언가를 하다 보면 동네부터 바꾸면서 사회도 계속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조=일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정치다. 정당 활동을 통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지금의 문제들도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우=한국사회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하고 전쟁 위협도 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돌파구를 만드는 것이 청년들의 역할이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낡은 것과 새것에 관한 책을 읽었다. 우리는 낡은 것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낡은 것에는 우리의 과거·고통·기억이 있으니까. 새것에 대한 믿음 없이도 살아갈 수 없다. 새것에는 우리의 활기·낙관성·화해를 가능하게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을 갖고 우리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6·13 지방선거에 도전했던 2030 젊은 후보들이 서울 중구 배재학당 박물관을 배경으로 뛰고 있다. 왼쪽부터 경기도의원에 출마했던 김광원(노동당) 후보, 서울시장 후보였던 우인철(우리미래) 후보, 서울 금천구 구의원에 출마했던 곽승희(무소속) 후보, 서울 강남구청장에 출마했던 이주영 후보,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선거에 도전했던 바른미래당 조준규 후보.

사회=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정리·영상편집=황병준 인턴기자 
영상촬영=윤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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