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늦가을의 햇볕이 따가운 낮 12시, 국회 정문 앞에는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는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 제가 속한 ‘청년정당 우리미래’의 청년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570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정치개혁 공동행동’에도 소속된 이들은 정치독과점을 끝내기 위해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서서히 취재진이 모였고, 기자회견과 함께 퍼포먼스가 시작되었습니다. 퍼포먼스에서는 원내정당 5인의 대표(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등장해 손을 마주잡고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물론 그들은 실제 원내대표가 아니라 얼굴 가면을 쓴 시민들이었습니다.
5당 원내대표의 가면을 쓰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권력을 나누는 연립정부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제안했습니다. 총리임명권, 장관임명권 등 내각 구성권을 한나라당에 이양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정치 변화를 가로막고 지역주의를 유지시키는 선거제도를 고치자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민생이나 신경쓰라는 말을 들으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어느 당이 한 지역에서 50% 정도의 득표율을 획득하면 전체의석의 90%를 가져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부산광역시 시의회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58.14%의 득표로 95.74%의 의석을 가져갔고, 전라북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63.23%의 득표율로 89.47%의 의석을 가져갔다).
이렇게 어느 한 지역을 한 정당이 계속해서 독점하게 되면 그 지역정치에서 견제와 균형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결하고 싶었던 지역주의 정치구도 역시 점점 더 고착화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조금 어려운 표현으로 ‘의석수와 득표율의 불비례성’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의 뜻을 정치에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선거제도 개혁 공약을 내놓았고, 최근에도 제도 개혁 의지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데 지금의 선거제도가 너무나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정치독과점이 계속된다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독점적 지위를 가진 제1야당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지역기반에서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도 쉽습니다. 시민들에게 그들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큰 실수를 하면 다시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런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
귀족이 된 정치인은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앞서 밝힌 선거제도의 불비례성으로 인해 시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두 개 정당의 독과점 정치체제에서는 집권하는 세력이 대부분의 권력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정권을 놓친 세력은 5년 내내 상대의 발목을 잡아야만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큰 실책을 저지르면 그 반사효과로 다시 정권을 잡게 됩니다. 또한 정치인은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보다, 두 개의 유력정당 중 하나로부터 공천받는 것을 가장 중히 여기게 됩니다.
이러한 정치 독과점의 상태가 계속되면 권력을 누리던 정치인들은 착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떤 착각일까요? 이 권력이 마치 ‘원래부터 자기들 것’이었다는 착각입니다. 시민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래부터 국회의원이고, 원래부터 시장이고, 특별한 사람이고, 강력한 힘을 가진 군림하는 사람들이다’라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시민들이 목도하고 있는 그들만의 특권의식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나쁜 선거제도 때문입니다. 정치권력의 독과점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현행 선거제도가 원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시민이 주인이고 정치인들이 머슴인 나라가 아니라, 정치인이 귀족이고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좋은 선거제도가 좋은 정치를 만든다
1, 2등이 권력을 독점하고, 주고 받는 정치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독과점을 끝내야 합니다.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통해 국회에 1, 2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3, 4, 5등도 부각되고, 이보다 더 적은 소수의견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해야 합니다.
좋은 선거제도가 좋은 정치를 만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그 권력을 누리는 정치인들이라는 점입니다. 귀족이 되어버린 정치인들은 지금의 제도를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현행 선거제도의 이점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계속해서 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가지고 있는 권한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정치의 변화를 위해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시민의 편에 선 정치인입니다.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러한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모여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을 대연정 제안으로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뜻에 동의하는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 목소리를 낸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은 시작입니다. 좋은 선거제도를 통해 좋은 정치를 만들고 그렇게 우리는 다양한 시민들의 삶이 소외받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좋은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에 시민들이 함께할 시간입니다.
[주장] 고질적인 정치권력 독과점 문제, 좋은 선거제도가 좋은 정치를 만든다
[오마이뉴스 글:우인철, 편집:김예지]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47&aid=0002207107&sid1=001
25일 늦가을의 햇볕이 따가운 낮 12시, 국회 정문 앞에는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는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 제가 속한 ‘청년정당 우리미래’의 청년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570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정치개혁 공동행동’에도 소속된 이들은 정치독과점을 끝내기 위해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서서히 취재진이 모였고, 기자회견과 함께 퍼포먼스가 시작되었습니다. 퍼포먼스에서는 원내정당 5인의 대표(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등장해 손을 마주잡고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물론 그들은 실제 원내대표가 아니라 얼굴 가면을 쓴 시민들이었습니다.
5당 원내대표의 가면을 쓰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권력을 나누는 연립정부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제안했습니다. 총리임명권, 장관임명권 등 내각 구성권을 한나라당에 이양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정치 변화를 가로막고 지역주의를 유지시키는 선거제도를 고치자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민생이나 신경쓰라는 말을 들으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어느 당이 한 지역에서 50% 정도의 득표율을 획득하면 전체의석의 90%를 가져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부산광역시 시의회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58.14%의 득표로 95.74%의 의석을 가져갔고, 전라북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63.23%의 득표율로 89.47%의 의석을 가져갔다).
이렇게 어느 한 지역을 한 정당이 계속해서 독점하게 되면 그 지역정치에서 견제와 균형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해결하고 싶었던 지역주의 정치구도 역시 점점 더 고착화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조금 어려운 표현으로 ‘의석수와 득표율의 불비례성’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의 뜻을 정치에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선거제도 개혁 공약을 내놓았고, 최근에도 제도 개혁 의지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데 지금의 선거제도가 너무나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정치독과점이 계속된다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독점적 지위를 가진 제1야당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지역기반에서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도 쉽습니다. 시민들에게 그들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큰 실수를 하면 다시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런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
귀족이 된 정치인은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앞서 밝힌 선거제도의 불비례성으로 인해 시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두 개 정당의 독과점 정치체제에서는 집권하는 세력이 대부분의 권력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정권을 놓친 세력은 5년 내내 상대의 발목을 잡아야만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큰 실책을 저지르면 그 반사효과로 다시 정권을 잡게 됩니다. 또한 정치인은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보다, 두 개의 유력정당 중 하나로부터 공천받는 것을 가장 중히 여기게 됩니다.
이러한 정치 독과점의 상태가 계속되면 권력을 누리던 정치인들은 착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어떤 착각일까요? 이 권력이 마치 ‘원래부터 자기들 것’이었다는 착각입니다. 시민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래부터 국회의원이고, 원래부터 시장이고, 특별한 사람이고, 강력한 힘을 가진 군림하는 사람들이다’라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시민들이 목도하고 있는 그들만의 특권의식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나쁜 선거제도 때문입니다. 정치권력의 독과점을 계속 유지시켜주는 현행 선거제도가 원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시민이 주인이고 정치인들이 머슴인 나라가 아니라, 정치인이 귀족이고 시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좋은 선거제도가 좋은 정치를 만든다
1, 2등이 권력을 독점하고, 주고 받는 정치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적 요구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독과점을 끝내야 합니다.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을 통해 국회에 1, 2등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3, 4, 5등도 부각되고, 이보다 더 적은 소수의견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해야 합니다.
좋은 선거제도가 좋은 정치를 만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그 권력을 누리는 정치인들이라는 점입니다. 귀족이 되어버린 정치인들은 지금의 제도를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현행 선거제도의 이점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계속해서 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가지고 있는 권한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정치의 변화를 위해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시민의 편에 선 정치인입니다.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러한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모여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을 대연정 제안으로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뜻에 동의하는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 목소리를 낸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은 시작입니다. 좋은 선거제도를 통해 좋은 정치를 만들고 그렇게 우리는 다양한 시민들의 삶이 소외받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좋은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에 시민들이 함께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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