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말고 새판: 기후위기 시대, 미래문명을 걷다"
미래당은 2024년 총선 캠페인으로
전국 각지에서 미래문명을 열어가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심판 말고 새판: 기후위기 시대, 미래문명을 걷다" 그 첫 번째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현석 님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왔습니다. 현석 님은 석면,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같은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환경보건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현석 님을 방문한 날, 부산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부산에는 석면을 사용한 노후 슬레이트 밀집지역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그 중 한 곳인 동구 범일동 수남마을 일대를 함께 방문했습니다. 석면과 그 피해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고 현석 님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마을에 도착하니, 곳곳에 슬레이트 지붕을 사용한 집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녹이 슨 양철 지붕과 달리 석면 지붕에는 녹이 슨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던 석면 슬레이트 지붕에는 건강이나 안전보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과거의 역사가 남아있습니다.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히 해주실 수 있나요?”
“석면의 크기는 머리카락의 5000분의 1 정도 되고 구조가 가시처럼 뾰족해요. 한자로 돌 석(石) 자에 솜 면(綿) 자인데 돌로 만든 솜이란 뜻이죠. 엄청 가늘고 가벼워요. 그렇다보니 멀리 비산되기도 하고 몸에 들어오면 잘 안 빠져 나가죠. 그러면 그 부위가 괴사되면서 암이나 폐질환으로 발현될 수 있고요. 발현되기까지 잠복기도 워낙 긴 물질입니다. 10년에서 40년까지로 보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 증상이 나타나면 신체 노화로 인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보니 피해자 발굴도 어려운 편입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학교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건물에 사용되었으니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닌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이 되어서야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학교 교실 천정에 사용되었던 석면 텍스는 조금만 파손되어도 석면 먼지가 방출된다고 하는데 그 곳에서 뛰고 장난치며 놀았던 학창 시절을 생각하니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일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아직도 일부 학교에는 석면을 사용한 시설이 남아 있고 2027년까지는 퇴출을 완료하는 것이 국정과제로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석면이 이렇게 몸에 안 좋은데도 지금까지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뭔가요?”
“석면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요. 너무 효과가 좋습니다. 방수부터 방화, 흡음, 내마모, 내열, 절연 등 온갖 용도로 다 쓰이는데 가격도 쌉니다. 특히 부산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석면방직공장이 있었고 피란도시였기 때문에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다 보니 급하게 거주지를 만들면서 석면 사용이 많이 늘었습니다. 방수성이 있다보니 물과 관련된 기업에서도 많이 쓰이는데 조선소나 수리조선소에서도 석면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석면 피해자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피해자 지정과 지원이 어떻게 되고 있나요?”
“이 마을에만 54명이 석면 피해를 입으신 것으로 되어 있어요. 이 곳처럼 석면 슬레이트 밀집지역이라든지 과거 석면 공장이나 석면을 사용하는 산업체 근처에 사셨던 분들을 대상으로 1차 건강검진을 진행합니다. 호흡기 등에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정밀 진단을 통해 석면에 의한 피해자임을 증명하게 됩니다. 이후 요양급여 등의 구제급여를 일정기간 지급받아 생활에 보탬이 되시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석면 제거와 관련해서는, 부산시에서 매년 환경공단에 의뢰해 제거사업을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예산이 정해져 있고, 자부담 비용도 있어 교체가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정집에서 제거하는 건 개인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정집의 석면 지붕이 무너저 주변으로 비산되는 경우도 있어, 공공 차원의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마을을 좀더 둘러본 후 현석 님이 일하는 사무실로 이동해 이야기를 나누고 짧은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는 ‘석면추방 한일연대’라는 글귀가 걸려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퇴출된 석면 산업이 한국으로 넘어왔고, 한국에서도 퇴출된 지금은 다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진출했다고 합니다.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이라는 목표는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 없이는 달성할 수 없습니다.
사무실 한 쪽에는 샘플로 전시된 석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밀폐된 샘플로 만나는 유해 물질이지만 과거에는 고기 굽는 불판으로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전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지금은 안전하다고 하는 물질 중에도 머지 않은 미래에 유해성이 밝혀지고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인터뷰 진행 중에 22대 총선을 앞두고 유해물질과 관련해 꼭 제정되었으면 하는 법이 있는지 현석님에게 물었습니다.
“환경오염 피해구제법? 지금도 여러 피해구제법이 있지만 석면 등 전문분야에 국한되어 있는데 좀 더 포괄적이고 피해자 중심의 법안이 만들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덜 억울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이번 주제가 '미래문명을 걷다' 거든요. 미래문명이라고 했을 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노현석이 생각하는 과거문명과 미래문명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지 여쭤봅니다."
"생명이 존중받는 시대? 과거에는 지금보다 경제적 문제가 중시되어 온갖 난개발과 훼손이 많았죠. 그런데 지구는 인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습니다. 한 종의 편의를 위해 다른 종을 멸종시키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미래 문명에서는 각각의 종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서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이 되면 좋지 않을까 그려 봤습니다."
석면이란 물질이 얼마나 유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광범위하게 쓰였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재 학교와 같은 공공기관에 쓰인 석면은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거하고 있지만, 오늘 방문한 마을처럼, 개인의 선택과 부담으로 남겨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석면 역시 결국 공공에 피해를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공 차원에서 더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를 통해 석면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현석 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석면 #유해물질 #부산 #석면피해 #수남마을 #미래당 #최지선
"심판 말고 새판: 기후위기 시대, 미래문명을 걷다" 그 첫 번째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현석 님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왔습니다. 현석 님은 석면,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같은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환경보건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현석 님을 방문한 날, 부산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부산에는 석면을 사용한 노후 슬레이트 밀집지역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그 중 한 곳인 동구 범일동 수남마을 일대를 함께 방문했습니다. 석면과 그 피해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고 현석 님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마을에 도착하니, 곳곳에 슬레이트 지붕을 사용한 집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녹이 슨 양철 지붕과 달리 석면 지붕에는 녹이 슨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던 석면 슬레이트 지붕에는 건강이나 안전보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과거의 역사가 남아있습니다.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히 해주실 수 있나요?”
“석면의 크기는 머리카락의 5000분의 1 정도 되고 구조가 가시처럼 뾰족해요. 한자로 돌 석(石) 자에 솜 면(綿) 자인데 돌로 만든 솜이란 뜻이죠. 엄청 가늘고 가벼워요. 그렇다보니 멀리 비산되기도 하고 몸에 들어오면 잘 안 빠져 나가죠. 그러면 그 부위가 괴사되면서 암이나 폐질환으로 발현될 수 있고요. 발현되기까지 잠복기도 워낙 긴 물질입니다. 10년에서 40년까지로 보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서 증상이 나타나면 신체 노화로 인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보니 피해자 발굴도 어려운 편입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학교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건물에 사용되었으니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닌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이 되어서야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학교 교실 천정에 사용되었던 석면 텍스는 조금만 파손되어도 석면 먼지가 방출된다고 하는데 그 곳에서 뛰고 장난치며 놀았던 학창 시절을 생각하니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일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아직도 일부 학교에는 석면을 사용한 시설이 남아 있고 2027년까지는 퇴출을 완료하는 것이 국정과제로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석면이 이렇게 몸에 안 좋은데도 지금까지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뭔가요?”
“석면의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요. 너무 효과가 좋습니다. 방수부터 방화, 흡음, 내마모, 내열, 절연 등 온갖 용도로 다 쓰이는데 가격도 쌉니다. 특히 부산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석면방직공장이 있었고 피란도시였기 때문에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다 보니 급하게 거주지를 만들면서 석면 사용이 많이 늘었습니다. 방수성이 있다보니 물과 관련된 기업에서도 많이 쓰이는데 조선소나 수리조선소에서도 석면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석면 피해자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피해자 지정과 지원이 어떻게 되고 있나요?”
“이 마을에만 54명이 석면 피해를 입으신 것으로 되어 있어요. 이 곳처럼 석면 슬레이트 밀집지역이라든지 과거 석면 공장이나 석면을 사용하는 산업체 근처에 사셨던 분들을 대상으로 1차 건강검진을 진행합니다. 호흡기 등에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정밀 진단을 통해 석면에 의한 피해자임을 증명하게 됩니다. 이후 요양급여 등의 구제급여를 일정기간 지급받아 생활에 보탬이 되시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석면 제거와 관련해서는, 부산시에서 매년 환경공단에 의뢰해 제거사업을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예산이 정해져 있고, 자부담 비용도 있어 교체가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정집에서 제거하는 건 개인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정집의 석면 지붕이 무너저 주변으로 비산되는 경우도 있어, 공공 차원의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마을을 좀더 둘러본 후 현석 님이 일하는 사무실로 이동해 이야기를 나누고 짧은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는 ‘석면추방 한일연대’라는 글귀가 걸려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퇴출된 석면 산업이 한국으로 넘어왔고, 한국에서도 퇴출된 지금은 다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진출했다고 합니다.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이라는 목표는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연대 없이는 달성할 수 없습니다.
사무실 한 쪽에는 샘플로 전시된 석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밀폐된 샘플로 만나는 유해 물질이지만 과거에는 고기 굽는 불판으로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전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지금은 안전하다고 하는 물질 중에도 머지 않은 미래에 유해성이 밝혀지고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인터뷰 진행 중에 22대 총선을 앞두고 유해물질과 관련해 꼭 제정되었으면 하는 법이 있는지 현석님에게 물었습니다.
“환경오염 피해구제법? 지금도 여러 피해구제법이 있지만 석면 등 전문분야에 국한되어 있는데 좀 더 포괄적이고 피해자 중심의 법안이 만들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덜 억울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이번 주제가 '미래문명을 걷다' 거든요. 미래문명이라고 했을 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노현석이 생각하는 과거문명과 미래문명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지 여쭤봅니다."
"생명이 존중받는 시대? 과거에는 지금보다 경제적 문제가 중시되어 온갖 난개발과 훼손이 많았죠. 그런데 지구는 인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습니다. 한 종의 편의를 위해 다른 종을 멸종시키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미래 문명에서는 각각의 종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서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이 되면 좋지 않을까 그려 봤습니다."
석면이란 물질이 얼마나 유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광범위하게 쓰였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재 학교와 같은 공공기관에 쓰인 석면은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거하고 있지만, 오늘 방문한 마을처럼, 개인의 선택과 부담으로 남겨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석면 역시 결국 공공에 피해를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공 차원에서 더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를 통해 석면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현석 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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