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사자'가 간 청주동물원, 그곳은 낙원일까?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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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 미래당 기후미래위원회는 청주동물원에 방문했습니다. 청주동물원은 야생과 사육의 딜레마를 담은 영화 <동물, 원>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청주동물원은 사육사를 ‘동물복지사’로 부르고, 얼마 전 ‘갈비 사자’로 알려진 바람이가 옮겨져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만큼 동물복지에 신경을 쓰기로 알려진 곳입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서식지에서 가져와 우리에 가둬놓는 형식의 동물원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청주동물원 방문의 목적이었는데요. 청주동물원에 다녀왔던 참가자들은 어떤 것을 느꼈을지, 참가자 진봉경님과 최지선님(인터뷰어, 기후미래위원장)의 대담을 후기 차원에서 기록, 정리해 보았습니다.



대담중인 봉경(좌)과 지선(우)


‘동물원’ 하면 떠오르는 느낌이나 추억?

봉경: 슬픈 느낌이 많이 든다. ‘(동물원이)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대부분의 동물원은 동물을 자연의 상태에서 빼 와서 사람들이 구경하게끔 전시 진열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많다. 동물 복지나 위험·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도와주는 것이 1차 목적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목적을 위해 사람들한테 동물을 보여주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동물원을 떠올리면 슬프다.

지선: 나도 어렸을 때는 그냥 동물원에 가면 신기하고, 동물들 구경하니까 재미있고, 뭔가 새로운 자극이 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생물들도 있구나!'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머리가 크고 나서는 동물들이 원래 살던 곳에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데려와져 가둬져 있는, 그 가둬진 환경도 굉장히 좁고 자연에 비하면 좋지만은 않은, 순리와 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게 느껴진다.


국내외 동물원의 유래는...

지선: 우리나라에 동물원이 몇 개가 있는지 아나?

봉경: 10개?

지선: 114개다.

봉경: 되게 많다.

지선: 114개 중 105개가 사설, 나머지 9개는 공립(시립, 국립) 동물원으로 알려져 있다. 사설동물원은 영리를 위한 목적이 주가 되어 더 열악하다. 심지어 실내에서만 동물들이 지내는 실내동물원도 있다. 이 114곳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5만 마리 정도 된다.

동물원은 5천 년 전 이집트 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권력 과시용으로 황제가 동물들을 가져와서, 동물들을 서식지에서 사람들이 사는 데까지 데려오고 가둬놓으려면 엄청 자원이 많이 드는 일이니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권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근대 모습의 동물원은 1752년에 오스트리아 빈의 쇤브룬 동물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909년에 일제가 조선을 능욕하기 위해 왕족이 살던 창경궁에 동물을 들이고 궁궐을 유원지로 꾸몄던 게 최초의 동물원 창경원이라고 한다. 1980년대에 와서야 창경원이 문을 닫았는데, 그전까지 사람들이 궁궐 구경도 하고 동물 구경도 하는 좋은 오락, 여가의 장소로 많이 찾았다고 한다. 

1980년대에 창경원이 문을 닫으며 창경원에 있던 동물들이 현재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서는 1950년대에 전시·오락 목적의 동물원을 좀 더 동물 친화적으로 바꾸고, 창살도 없앴다고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청주동물원 한켠에 위치한 추모공간. 이 중에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평생을 우리 안에 살다 죽은 동물들도 있다.


이번에 청주동물원에 방문하며 어땠는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

봉경: 해설사 분의 말씀이 없었다면 마음이 더 안 좋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아직도 시설이 옛날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갔을 때와 비슷한, 쇠창살이 아직도 있고 협소하기도 하고. 콘크리트(우리)가 되게 많아서, 거기서 하는 여러 가지 노력을 몰랐더라면 되게 우울하고 빨리 나오고 싶었을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에 들렀던 추모 공간이 되게 특별했던 것 같다. 동물 하나하나, 개체마다 동물에게 인간성과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곳이 그 추모 공간이었다.

지선: 얘기 들으면서 일부 사람들은 같이 보고 간 <동물, 원> 영화를 봉경과 같이 못 봐서 좀 아쉽다. 영화에서는 사육사(지금은 동물복지사라고 하던데)들이 동물들을 자기 가족처럼 아끼면서 돌본다. 그와중에 현실적인 조건들이 있다. 이미 있는 틀 안에서 그분들도 일을 하는 거고 또 이미 있는 동물들을 어떻게 잘 관리할지 고민하는 태도가 영화를 보니까 확실히 다르긴 한 것 같다. 다른 동물원은 동물들을 가격으로 분류하는데 청주동물원은 가격으로 분류하지 않는 유일한 동물원이라고 들었다.

청주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이 다른 동물원에 비해서 좀 활발한 느낌이 있었다. 다른 동물원에 가면 동물들이 축 늘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청주동물원에 갔을 때 반달곰들이 막 싸우고 있었고(봉경: 그들에게는 그게 놀이지) 맞아. 놀고 있는 모습이 있었고. 동물들이 생동감 넘치는 느낌이 있어서 그부분은 되게 좋았던 것 같다.

다른 동물원에서 한 사자가 갈비뼈까지 드러날 정도로 밥을 못 먹고 해서 되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자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우리는 보지 못했는데 그 사자가 또 잘 지내고 있다고 영상으로 올라왔더라.

청주동물원도 하드웨어는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아쉽지만, 동물원에서 일하는 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문제의식도 훨씬 앞서서 고민도 하고 동물들을 위해서 정말 많이 애쓰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그거는 되게 좋았다. 하드웨어가 바뀌려면 돈이 많이 들고 하니까. 하지만 나도 여전히 조금 아쉽고, 지금은 어떻게 보면 과도기인 것 같다.


청주동물원 추모관 표지(위)와 글(아래)

"여러분은 추모관에 들어오셨습니다"


이곳은 청주동물원에서 살다 간 동물들을 위로하고 기억하는 공간입니다.

부디 숙연한 마음으로 이 공간에 발 디뎌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가두어 기르고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동시에 멸종 위기종의 보전, 대중 교육, 야생동물 연구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목적을 위해, 혹은 동물을 위한다 해도 동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야생동물을 잡아두고 있습니다. 갇힌 곳에서 태어나 야생을 살아낼 수 없는 동물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들에게 늘 빚진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동물원의 동물들도 죽습니다. 죽고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요. 동물원에 수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고, 동물이 많은 만큼 죽는 동물도 늘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의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기는 늘 어렵습니다. 야생에서 마음껏 달리고 날며 살도록 진화한 동물을 우리가 좁은 우리에 가두어 길렀기 때문에 동물들의 죽음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청주동물원 식구들은 동물원에서 매일 만나고 밥을 주고 놀아주던 동물들을 기리기 위해 이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원래 새를 관찰하던 탐조대로 쓰이던 곳에 떠난 동물을 기리는 의미를 덧입혔습니다. 혹시라도 아는 이름이 있는지, 알던 동물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이제는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기도해 주세요.


청주시 청주랜드동물원



해외 동물원의 모습은 어땠나?

지선: 예전에 아프리카의 한 동물원에 갔었는데 기린들이 정말 넓은 곳에서 다니더라. 쇠창살은 전혀 없고 나무로 사람들 들어가지 말라고 울타리 쳐놓은 게 있고. 동물들이 나오지 말라고 설치한 게 아니라 동물들은 자기들의 서식지에서 살고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막아놓는 느낌이 드는 동물원이었다.

봉경: 미국 디즈니 월드 애니멀 킹덤도 동물 친화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새를 조그만 우리에 가둬놓는 게 아니라 새들이 그냥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고 가끔가다 앉아서 짹짹대다가 다시 다른 데로 날아가는데, 사람들이 찾아서 봐야 한다. 아니면 공작새가 그냥 갑자기 걸어 나와서 길 한복판에서 깃털을 펼치고 있으면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

동물들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 다음에 우리가 거기로 들어가서 구경하는 식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동물 주위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되고 안 되는지 교육을 잘 받는다. 또, 그 분야에서 탑인 사람. 새 보호 전문가가 거기서 일하고 있는데, 그런 전문가들이랑 교감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친화력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들의 전문 지식에 대해 배우거나 그 사람의 동물복지에 대한 시선에 대해 배울 기회가 조금 더 있었던 것 같아서 되게 좋았다. 사파리 투어를 할 때도 날씨가 안 좋거나 할 때 “오늘은 (동물들이) 안 나오네요” 하면 끝이다. 동물들이 나와서 우리한테 무언가 보여줄 이유가 없다.

동물을 못 봤어도 나한테는 되게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런 울창한 산림 어딘가에서는 동물들이 이렇게 즐겁게 살고 있구나.’ ‘이런 환경이 조성돼야 동물들이 어느 정도 행복은 할 수 있겠구나’를 알 수 있었다. 물론 디즈니월드 애니멀 킹덤이 완벽한 건 아니겠지만 동물들이 진열되거나 전시된 느낌이 아니라 거기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된 느낌이었다.


동물원을 방문하는 우리의 태도 

봉경: (청주동물원에서)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방문객 대부분 영화도 보지 않고 해설도 듣지 않고 ‘주말이니까 동물원 가자’고 놀러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동물원이다.” “동물 신기해.” “봐”라며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제도적이나 구조적으로 고민이 되었다.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지선: 동물원에서 이야기나눌 때 그 추모공간을 차라리 동물원 입구 쪽으로 아예 옮겨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봉경: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추모공간이 있으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죽음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좀 더 강한 것 같다. 당일에는 말이 길어질까 봐 얘기를 안 했지만, 예를 들면 현충원이나 서대문형무소 아우슈비츠 같은 데도 되게 어두운 테마긴 하지만 사람들이 추모하러 간다. 동물들이 이렇게 착취당하고 어두운 현실인 걸 어떡하나.

지선: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동물원은 추모를 위한 공간은 아닌 것 같다.

봉경: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기는 아직도 동물원은 오락적인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추모공간이 될 경우) 마케팅이 힘들 것 같다.

한편으로 영화 <동물, 원>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을 청주동물원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접하면 좋을 것 같다. 한켠에 영화를 계속 상영해서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어떨까. 그것도 물론 돈이 들겠지만.


동물원이 우리 고유종을 보존하고 교육하는 곳이 된다면?

봉경: 이번에 청주동물원 갔을 때 또 깨달은 건, 이국적인 동물들보다도 우리나라의 토종 동물들도 되게 많다는 걸 느꼈다. 우리나라 토종 야생동물들에 대해 더 아는 것도 교육적으로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서울에 콘크리트가 없다면 어떤 동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을까, 아니면 등산을 갈 때도 어딘가에는 동물들이 아직도 숨어서 사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등산을 가는 동안에도 거기 살고 있는 동물들을 조금 더 존중하는 마음으로 몸가짐 마음가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지선: 동물원에 같이 갔을 때 얘기 나온 게, 그런 이국적인 동물들을 굳이 데려와서 전시하는 동물원은 없어져도 되지 않나, 차라리 정말 우리 야생에서 보호가 필요한 종들을 보호한다든지, 다친 동물들을 좀 치료해주고 재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든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 동물들이 정말 잘 살 수 있게 해주면서 교육적인 역할을 하는 쪽으로 해도 좋겠다 싶다. 


동물원이 바뀌려면?

지선: 인간들을 위해 동물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아니게 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봉경: 인식이 바뀌는 게 가장 중요한 듯하다. 이미 있는 동물원에 대한 규율을 좀 확실히 정하고 집행하고. 문화적으로도 미디어에서 왜 동물이 우리에게 오락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더 퍼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좀 더 제도를 개선하기가 쉬워질 테고. 그리고 현재 있는 동물원은 지금 갑자기 확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동물보호소, 생츄어리 같은 데로 바꿔 나갈 수 있게 점점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 같다. 

지선: 나도 동물원의 기능이 사람들을 위한 오락이나 여가도 있겠지만, 종 보존이나 보호와 교육의 역할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동물의 입장에서 철창도 없애고 서식지처럼 잘 된 곳을 운영하며 사람들이 동물과 교감하고 싶거나 교육이 필요할 경우에 가서 교육받는데, 동물들한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하면 좋겠다.

한편으로 아직 우리나라가 사람도 인권도 등한시하고 불평등하게 대하는데 동물까지 잘 대하기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봉경: 종에 대한 우열을 가리는 시각도 좀 문제가 있다. 모든 게 연결 된 것 같다. 왜냐하면 동물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게 괜찮은 사회에서는 사람들도 어떤 조건에 의해서 등급이 생기기 시작하고, 어떤 사람들은 존중을 덜 받아도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게 허용이 되면 저것도 허용이 된다고. 사람 인권을 먼저 보호하고 난 다음에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동물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건 우리가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것과 다 맞물려 있는 게 조금 이해가 더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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