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선의 하루] "심판 말고 새판: 기후위기 시대, 미래문명을 걷다" 4편_아보리스트 이재헌 님과 그리는 나무와 사람이 함께 건강한 사회 🌳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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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말고 새판 : 기후위기 시대, 미래문명을 걷다" 

미래당은 2024년 총선 캠페인으로 전국 각지에서 미래문명을 열어가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오늘은 아보리스트(Arborist) 이재헌 님과 만나기 위해 경기도 부천시로 갔습니다. 아보리스트라고 하면 조금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나무가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수목관리사를 말합니다. 재헌님과 동료 아보리스트들이 함께 꾸려가고 있는 ‘시소(SEESAW)’는 생태적 수목 관리 외에 나무와 교감할 수 있는 체험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시소의 활동을 흥미로운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과, 체험 프로그램 정보가 올라와 있는 카카오 채널 주소를 공유합니다.


👇SEESAW (유튜브)👇

https://www.youtube.com/@seesaw4133?si=-fzEdySwCjjWVwB5


👇플레이시소 (카카오채널)👇

https://pf.kakao.com/_DXJej



재헌님과 시소 활동가들이 부천시에 위치한 성가소비녀회 수녀원에서 수목관리를 하고 있다고 해서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봄꽃이 만발한 길을 따라 재헌님을 만나러 갑니다. 식물들 사이에도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선거철에 벌어지는 사람들의 경쟁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가소비녀회 인천관구에 도착했습니다. 조용한 수녀원 안에 많은 꽃과 나무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재헌님을 만났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곳 현장에서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재헌님이 ‘가로수 시민조사단’ 분들을 모시고 건강한 수목관리에 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때 이곳의 수녀님도 강의를 들으셨는데요. 돌아와서 보니 수녀원의 나무들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눈에 띄였다고 합니다. 강의에서 들었던 나무의 건강을 해치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나무를 건강하게 돌보고 싶어 시소에 일을 부탁하셨습니다.



많은 나무들은 키가 크거나 잎이 많다는 이유로 몸통까지 자르는 ‘강전정’을 한 상태였습니다.



시소의 활동가들이 로프를 걸고 은행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강전정 때문에 상처입은 나무들이 다시 잘 자랄 수 있도록 회복을 돕는 ‘회복 가지치기’ 작업중입니다.



오전 동안 현장에서 일을 돕기로 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헬멧을 착용하고 가지치기 현장을 총괄하고 있는 조이스 님으로부터 작업에 대해 안내 받았습니다. 잘라낸 가지를 한 곳으로 모아 정리하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은행나무의 얇은 잔가지는 손으로 꺾어도 쉽게 부러져서 적당한 길이로 모았습니다. 굵은 가지는 조이스 님이 톱으로 잘라주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가지는 안타깝게도 모두 폐기 처분 된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 주민들이 땔감으로 쓰시도록 나눠드리는 경우도 있지만 도시에서는 나뭇가지가 쓰일 일이 없으니 그대로 버려집니다. 자른 가지를 트럭에 싣기 편하게 한 데 차곡차곡 쌓고 밟아서 부피를 줄였습니다.



그 사이에 재헌님은 정원에 있는 백여 그루 큰 나무를 대상으로 수목조사 작업을 했습니다. 나무들마다 번호를 매기고 사진을 찍어 수종과 상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나무를  나르고 모으다 보니 오전 작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장비를 정리하고 수녀원 바로 옆에 있는 전통시장으로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잠시 짬을 내준 재헌님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아까 작업하시는 걸 보니까 나무에 직접 올라가서 나무 한 그루의 가지치기에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시더라구요. 그런데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가지치기는 그런 모습이 아니잖아요.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전기톱으로 빠르게 다 베어내는 가로수 관리의 문제점이 뭔가요?”


“보통 도로를 지나가다 가로수 머리를 자르는 걸 많이 보셨을텐데요. 고소작업차량이라고 해서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거든요. 그런 방식의 장점은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의 가지를 한 번에 자르고 이동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은 작업자가 안전하지 못 해요. 작업 중에 떨어져서 다치거나 돌아가시는 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잘랐을 때 나무에 상처가 많이 나고 치유를 스스로 하지 못합니다. 나무는 분기점에서 가지가 있는 결합 부분을 적절한 각도로 잘라주면 스스로 상처를 봉합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고소 작업차량을 타고 작업을 할 때는 톱이 닿을 수 있는 범위에서 중간 부분을 자르거든요. 그러면 나무는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거기서 곰팡이에 의해 계속 썩어 들어가고 나무의 건강이 안 좋아지죠. 강한 태풍이 오면 전국의 수백 그루 이상, 많게는 수천 그루가 한 번에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거든요. 그 밑에 있던 차가 부서지고 사람이 밑에 깔려 죽거나 다치는 경우도 많아요.“


“재헌님이 보시기에 이상적으로 나무가 관리되는 도시나 나라가 있었나요?”


“소위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이야기 하는 나라들에서는 수목 생리에 맞게 아보리스트들이 나무를 돌보고 있습니다. 나무를 보는 관점이 다른데요. 국내에서는 나무를 치유한다는 표현을 많이 해요. 농약을 쓰기도 하고, 공동에 우레탄이나 실리콘을 믹스해서 채워 넣기도 하구요. 수목관리 선진국에서는 나무를 치유가 아닌 돌봄의 대상으로 봅니다. 치유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는 방식이지만 나무는 스스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만 갖춰지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어요. 뿌리를 잘 뻗을 수 있고, 가지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자르지 않으면 나무는 수백년, 수천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도시의 나무들은 3, 40년 되면 노령화 되었다고 하고 나무가 늙어서 죽는다고 이야기를 해요. 수명이 짧아져서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 수종을 심는데도 더 많은 돈이 들게 됩니다.”


“선진국에서 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가지치기를 하자면 시간이 거의 10배 이상 걸릴 것 같은데 예산 등의 문제는 없나요?”


“수목 생리에 맞게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예산도 훨씬 절약 됩니다. 단편적으로 한 그루를 관리하는 시간을 비교하면 선진국에서의 수목 관리 시간이 훨씬 길지만 나무 전체의 생애 동안 들어가는 비용을 보자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수목 선진국은 보통 묘목을 심어요. 그러면 그 곳에서 조금 더 환경적으로 적응을 잘 하고 좋은 구조, 좋은 가지 모양으로 나무가 자라구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조금씩 가지치기를 해주면 나이가 들고 커졌을 때 관리하는 비용이 적게 들어요. 수목 생리에 맞게 관리를 하다 보니까 조금씩 가지치기를 해주면 그 뒤에는 가지치기를 많이 해주지 않아도 되요.


반대로 지금처럼 한꺼번에 나무를 자르면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상처난 곳으로 호르몬을 많이 보내요. 그러면 다음 봄에 잘린 부분에서 맹아지라고 부르는 잔가지들이 엄청나게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건 나무가 건강해서 가지가 나오는 게 아니라 나무가 위기라는 증거구요. 그 잔가지들이 자라면서 나무가 구조적으로 불안해지고 가지들이 쉽게 떨어질 수도 있고 잘린 부분으로 곰팡이가 들어가서 병해충에 취약해집니다.“



“오히려 병원비가 더 많이 드는 방식으로 나무를 관리하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나무 관리를 좀 잘하고 있는 동네가 없나요?”


“물론 수목원 같은 경우는 나무를 막 자르지는 않죠. 그래서 수목원 나무들이 조금 더 건강할 수 있구요. 또 사람이 적은 산 속의 야생나무들. 또 도시에서는 수목관리 예산이 부족해서 관리를 적게할 수록 조금 더 상태가 좋은 편이기는 해요. 제가 인상 깊게 본 책 중에 '나무는 사람이 죽인다' 라는 제목의 책이 있어요. 실제로 수목관리 전문가라는 분들이 기존 관행대로 나무를 자르고, 나무를 이식할 때도 뿌리를 많이 잘라내거든요. 나무 입장에서는 팔다리가 잘린 채 도시에 와서 자기 수명의 십분의 일, 오분의 일을 버티다가 빠르게 죽죠. 그럼 또 새로운 나무로 교체되는 거죠.


선진국 대도시들은 수목관리 계획을 세울 때 나무 그루 수를 보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몇 년간 몇 천만 그루를 심겠다고 발표를 하고 실제로 달성을 해요. 어마어마한 나무들을 심죠. 해외에서는 그루 수로 이야기 하지 않고 도시 면적 전체에서 나뭇잎이 덮고 있는 면적을 증가시키기 위해 설계를 합니다. 그러려면 나무를 많이 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무 한 그루가 더 크고 넓게 자랄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해야 하거든요.“



“곧 총선이 다가오는데 수목관리와 관련해서 이것 만큼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가지치기를 할 때 25%이상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국제 기준이기도 하구요. 나무도 생명이라서 가지를 한 번에 많이 잃으면 광합성을 할 수 없어서 쉽게 쓰러지거든요. 두 번째로는 새로운 길에 나무를 심을 때 우리는 보통 5m 이상 3m 이상 높이 제한이 있어요. 그래서 묘목을 심지 않고 어느 정도 자란 나무를 심어요. 그럴 때 문제점이 뭐냐면 나무는 뿌리를 엄청 넓게 뻗으며 자라는데 운송비 때문에 나무 뿌리를 많이 잘라요. 뿌리가 잘리면 나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고 물을 마시고 숨을 쉴 뿌리들이 없어져요. 그래서 생리적으로 아주 취약해지죠. 해외에서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어린 묘목을 심어요. 묘목을 심으면 운송할 때 뿌리를 많이 안 잘라도 되구요. 결정적으로 어릴 수록 생명력이 좋아서 새로운 환경에도 더 적응을 잘 해요.”


“마지막으로 야심찬 질문입니다. 이번에 이렇게 만나는 프로젝트의 기획이 '미래문명을 걷다'예요. 미래문명의 의미를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인데 재헌님이 생각하는 미래문명이란 어떤 걸까요?”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존중받는 문명이 미래문명 아닐까 싶어요. 사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성별이나 성적 지향, 국적, 경제적 능력 때문에 차별이 많이 생기잖아요. 그런 차별도 사라지고 서로가 평등하고 존중받는 사회가 지향되어야 할 텐데요.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우리가 같이 살고 있는 동물들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우리의 건강을 위해 임의로 심어온 나무들 또한 최소한 그 나무의 생리에 맞게 관리되고 돌봄이 된다면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사람도 건강하고 나무도 건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문화, 문명이 미래문명 아닐까요?”



인터뷰를 하며 예전에 대만의 한 대학을 방문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잎을 넓게 펼쳐 캠퍼스의 하늘을 덮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 그늘 아래서 안정감과 행복감, 생명력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나무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준다는 많은 연구가 나와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건강하게 살기 위해 자연스럽게 나무를 찾습니다. 나무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재헌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시소의 활동을 돕고 돌아오는 길에 가로수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부분의 나무는 머리가 뭉툭하게 잘려나가고 그 자리에선 어김없이 무수한 잔가지들이 뻗어 있었습니다. 나무가 지르는 소리없는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나무도 사람도 더 건강한 사회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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